‘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 여기소서’
조선 전기의 문장가이자 선비인 고죽(孤竹) 최장경과 경성 기생 홍랑(洪娘)의 이루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가 담긴 시 구절이다. 연인을 떠나보내는 애절한 마음을 버드나무 가지를 빌려 표현한 작품이다. 메마른 가슴에 단비를 적셔주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시로 평가받는다.

바람에 춤추는 버들가지를 나긋나긋한 여인의 허리로, 푸른 버들잎은 긴 눈썹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의인화 했다. 버드나무 유(柳)는 ‘머무르다’는 뜻의 유(留)와 동음으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그대 떠나지 말고 머물기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연인들이 헤어질 때 이별의 징표로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사용했다.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해서 강가나 호숫가에서 잘 자라며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그래서 황무지가 된 논밭에는 버드나무가 제일 먼저 번식한다.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해 거꾸로 꽂아도 잘 산다. 그래서 봄과 여인, 잉태와 출산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아 왔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버드나무에 감성을 불어넣어 사랑을 노래하고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최근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버드나무를 빼곡히 심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본격적인 농사철은 다가오는데 헌법에 명시된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어디로 가고 농지가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우리네 농심(農心)은 더욱 우울해 진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