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목소리의 한 농민의 전화를 받았다. 외국인근로자 주거기준 강화에 대한 기사를 쓴 후다.

비닐하우스 안에 패널 숙소를 마련해 외국인근로자 두 명을 고용해 농사짓는다는 그는 정부의 외국인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강화 방침에 울분을 토로했다. 농촌에선 외국인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데 정부가 졸속행정을 하고 있다며 화를 내면서도 몹시 불안해 하는 목소리였다.

당장 단속을 나와 숙소로 쓰이는 곳이 철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란 걸 얘기 중에 알아 챌 수 있었다. 정부 말이라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고지식함과 법 하나라도 어기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농부의 선량함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사실 당장 정부가 외국인근로자 불법 숙소 철거에 나설 염려는 없다. 외국인근로자 고용 시 강화된 주거시설 기준을 지켜야 계약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고용연장 계약 때까지 시설기준을 갖추면 된다.

국민에 안정된 집과 땅을 조성할 준정부 기관의 임직원과 공직자들이 개발 정보를 미리 빼내, 가짜 농업인 행세로 농부의 땅을 빼앗아 막대한 이득을 얻는 혼탁한 세상이다. 농사 좀 잘 해보겠다고 자기 농지에 외국인근로자가 머물 숙소를 만든 게 뭐 그리 대단한 큰 죄라고 마을 졸이며 그토록 불안에 떨까? 농부는 왜 그리 선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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