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 박정옥 정읍시연합회장

남편과 약속한 다원, 홀로 일궈… 내 평생의 자부심

어르신들 어려움 척척 해결하는 마을의 해결사 역할도

한풀이를 하듯 차밭을 일구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억척스럽게 보낸 시간 들이었다. 전북 정읍 소재의 황토현 다원을 운영하는 생활개선정읍시연합회 박정옥 회장의 얘기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차밭을 조성하고 다원에 가공시설과 체험프로그램을 갖추기까지 모든 걸 혼자 해나갔던 박 회장. 그런 그가 정읍시생활개선회를 새롭게 이끌어 나가게 됐다.

▲ 생활개선정읍시연합회 박정옥 회장은 약을치지 않고 차를 재배한다. 박회장이 정성스레 기른 차는 2010년 대한민국차 품평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 평생의 자부심
박정옥 회장은 올해로 생활개선회원 32년 차다. 그동안 면회장, 시연합회 재무, 감사, 부회장 등 임원 활동을 하며 정읍시생활개선회의 역사와 함께했다. 뿐만아니라 정읍농협 대의원, 민선6기 인수위원, 주부대학 회장, 정읍시 부녀회 부회장 등 지역사회 최일선에서 여성농업인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그다. “일을 한번 맡게 되니 그게 연결고리가 되서 제안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건 해서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했죠.”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던 박 회장은 2008년, 농기계 사고로 남편과 갑작스럽게 사별하게 되면서 맡고 있던 일을 모두 내놓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생활개선회활동까지도 잠시 중단할 정도였으니까요.”

그에게는 남편과 함께 시작한 차밭을 조성하는 일이 더욱 중요했다.
“2004년부터 정읍시가 특화사업으로 차사업을 시작했었어요. 우리도 뛰어들었는데, 차나무를 심고 찻잎을 재배할 수 있는 시기가 되자 남편이 세상을 떠났죠. 더욱이 그즈음에 녹차 농약파동이 한창이어서 수요는 줄고 많은 농가들이 차 사업을 접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저는 쉽사리 접을 수가 없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함께 시작했던 일이라 제가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만류하고 농약파동으로 소비자가 외면하는 와중에도 약을 하지 않고 수년간 다원 조성에 열을 올린 박회장이다. “남편이 손대고 간 모든 것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조성된 다원에서는 현재 다도예절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교실도 마련돼 있으며 가공시설도 증축해 지난해에는 6차 산업인증을 받았다. 올해에는 2층을 올려 차를 즐기는 카페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다원은 제 자부심입니다.”

돌아온 해결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 박 회장은 차츰 생활개선회 활동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혼자 그렇게 일 만하면 우울증 걸리겠다고, 생활개선회라도 다시 하라고 했죠. 다시 회원들과 교육받고 봉사하는데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서 올해 시연합회 신임회장도 맡게 됐다. 

박 회장이 그리는 생활개선정읍시연합회가 궁금했다. “모든 회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생활개선회요. 물론 지금도 회원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죠.” 박 회장은 이어 무엇보다 심폐소생술교육을 꼭 진행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지난해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획득했는데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 회원들도 함께 교육받고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꼭 진행할 예정입니다.”

작년부터는 마을 이장도 맡고 있다고. “지난해에는 마을 숙원사업이었던 경로당 화장실 문제를 해결했어요. 면사무소에 자주 들르면서 어르신에게 필요한 지원이 뭐가있나 찾는게 제 임무죠. 그러다 보니 주민분들이 저한테 해결사라고 부르네요” 이제까지 해온 어떤 활동보다도 뿌듯하다고 말하는 박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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