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복문화주간 기획전시

한복거점도시 남원에서 열리는 한복문화주간 기획전시 ‘상춘곡’

남원 출신 김병종 화백과 김혜순 명장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2월 9일부터 3개월간 미술관에 온 한복 ‘Dialogue, 償春曲(상춘곡)’ 기획전시를 연다. 미술관에서 한복이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는 오브제로 그림, 시, 공예 등 다른 예술 분야와 어우러진 입체적 전시회가 열린 것은 국내 최초다.
남원 출신 김병종 화백과 박연옥의 그림, 김혜순 한복 명장의 꽃빛을 담은 한복이 남원 출신 조선 시대 여류 문인 김삼의당의 춘경(春景)의 시구와 함께 어우러진다.

▲ 1막'춘몽'은 김병종 화백의 그림과 한복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1막 ‘춘몽’에서는 김병종 화백의 ‘숲은 잠들지 않는다’와 김혜순 명장이 그림에 맞게 디자인한 분홍빛 한복이 어우러져 겨울이 지나고 봄이 깨어나는 모습을 표현한다. ‘숲은 잠들지 않는다’는 해가 지고 난 후 어둠이 찾아와도 왕성한 숲속의 생명력을 10m 크기의 닥판(닥나무와 황토로 만든 판)에 생동감 있게 나타내고 있는 대작이다. 그림과 함께 전시된 분홍 한복을 입은 마네킹은 이들에게 봄의 소식을 알리는 봄의 정령들이다.

▲ 김혜순 한복 명인(사진/남원시 제공)

김혜순 명장에게 분홍색을 사용한 이유를 묻자 “남원시를 상징하는 여귀꽃의 색이다. 또 마침 코로나19로 인해 마치 회색빛 세상이 된 것 같은 요즘, 분홍빛으로 세상에 색을 입히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마네킹은 이번 전시를 위해 모두 새로 제작됐다. 김 명장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위해 마네킹에 빛을 넣고 일부러 하늘에 떠 있는듯한 연출을 고집하다 보니 제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봄의 정령이 입고 있는 의상은 당의, 말군, 쾌자, 활옷, 원삼 등으로 모두 조선시대 실제로 입었던 것들이다. 예술로서의 한복도 아름답지만 한복이 충분히 우리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의복임을 보이고 싶어 김혜순 명장이 현대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2막 ‘춘원’에는 왕비가 입었던 대례복이 전시돼있다. 일반적으로 사극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파란색, 빨간색이 아닌 검은색 대례복이다.
실제로 고려시대 말부터 조선시대 초까지는 검은색 대례복을 입었다. 검은 대례복을 입고 태양과 나무와 물을 상징하는 김병종 화백의 ‘화홍산수’, ‘황화산수’, ‘천지’를 배경으로 돌아가는 마네킹은 마치 자연산천을 모두 둘러보고 있는 봄의 여왕과도 같은 모습이다.

1막과 2막이 정령, 여왕처럼 천상의 이야기라면 2층에 전시된 3막과 4막은 지상의 이야기다. 3막 ‘춘풍’에 들어서면 당장이라도 타고 봄나들이를 가야할 것만 같은 화려한 꽃가마가 관람객을 맞는다. 꽃가마는 우리나라 소목장장인, 매듭장인, 자수장인이 3년의 시간에 걸쳐 만든 작품으로 가마에 담긴 십장생은 모두 자수로 새겨졌다.

가마와 함께 우리나라 한복 1세대 연구가인 허영 선생의 한복인형이 전시돼 있다. 한복인형은 허영 선생이 타국에서 한복 패션쇼를 진행하면서 외국 모델이 아닌 한국여인의 착장을 보여주고 싶어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인형은 여인의 저고리 속 은장도까지 제작할 정도로 표현이 섬세하다.
4막 '춘경'은 봄나들이에 나서기 위해 여인들이 채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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