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담양 죽림농원 이병우·전성자 부부

 담양군 송화버섯 재배 1호, ‘전남우수귀농산어촌인’ 선정
 꽃벵이는 자화상…나처럼 똑같이 관리하고 애정 쏟아

▲ 전성자·이병우 부부

“서울에서 반평생을 살았지요.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언제나 고향에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제가 집안의 장손인 것도 있었고, 노후는 고향에서 부모님의 농사를 이어가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60살이 되던 해에 귀농을 했지요. 특히 내 고향 담양은 산 좋고 물 맑은 전형적인 귀농귀촌 지역이라는 확신이 있었지요.”

“남편이 노년은 고향에서 보내자고 하니까 그냥 따라나섰지요. 서울에서는 여러 가지 취미생활도 하고 막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남편이 고향으로 내려가자고 하니까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시골생활도 재밌어요. 노년에 직접 지은 농사로 돈을 만지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 봉황리 죽림농원 이병우 대표(67)와 부인 전성자씨(64)는 지난 2015년 귀농해 송화버섯과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남편 이 대표는 주로 송화버섯을, 그리고 아내는 꽃벵이 농장을 관리한다.

▲ 꽃벵이 농장

이 대표의 친환경농법은 바로 송화버섯과 꽃벵이에서 시작된다. 송화버섯 출하 후에 남는 폐기 버섯과 배지를 꽃벵이 먹이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꽃벵이에서 배출된 퇴비로 각종 밭작물의 거름으로 다시 활용하는 친환경순환농법인 것이다.

“송화버섯과 꽃벵이에서 나오는 각종 퇴비들은 농작물 재배에 있어서 최고의 영양분이 돼줍니다. 꽃벵이의 배출물과 함께 잘 숙성된 퇴비는 더없는 퇴비가 되어주고 있지요. 송화버섯과 꽃벵이는 다양한 농작물을 짓는데 최고의 친환경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이 대표는 모양이 좋지 않거나 쪼개지는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송화버섯을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단다. 그래서 송화버섯을 활용한 또 다른 농사를 고민하던 중에 생각한 것이 꽃벵이였다.
“꽃벵이를 키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지만, 꽃벵이의 부가가치가 갈수록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귀농 7년차를 맞았는데, 규모나 노력 등을 대비할 때 꽃벵이의 수익성이 우수하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아내도 꽃벵이 농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고, 만족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 꽃벵이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투자를 생각 중입니다.”

▲ 송화버섯을 들어보이는 이병우 대표

이 대표의 송화버섯 재배는 담양지역 1호로 꼽힌다. 귀농과 함께 송화버섯 개척자로 나섰다. 고향인데다 타고난 추진력과 친화력은 제법 실력 있는 농부로 바로서기에 충분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부터 담양군귀농귀촌협의회 부회장도 맡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라남도 우수귀농산어촌인’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농사는 소통이 중요합니다. 마을의 일이 곧 내일이라는 생각으로 함께해야 훌륭한 농사꾼이 될 수 있지요. 아마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인정해준 것 같아요. 귀농인과 지역 농업인들 간의 새로운 정보의 습득과 공유, 생산품 판매 공동노력 등은 기본적으로 함께 서로 노력하면서 나가야하는 부분들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귀농생활을 잘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도와주는 아내의 덕분입니다. 그저 고마울 뿐이지요.”

▲ 아내 전성자씨가 귀농귀촌박람회에서 송화버섯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어쩌면 아내가 진짜 농부라고 치켜세운다. 곁에 있던 아내가 한마디 거들고 나온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남편이 짠할 때가 있어요. 귀농귀촌 관련 일은 물론이고 각종 일들마다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사실 건강 걱정도 많이 됩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들어와서 곯아떨어져 자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새벽일을 나갈 때는 남편이 안쓰러워서 깨우지 않고 혼자 나갈 때도 더러 있지요.”

아내 전성자씨는 꽃벵이가 이제는 사랑스런 애완동물 같이 예쁘기만 하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오랜 기간 기르다보면 정이 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징그럽기도 하고, 새벽일이 귀찮기도 했는데, 지금은 사랑스럽습니다. 건강도 더 좋아지고, 근심걱정할 일도 없고요. 꽃벵이를 바라보고 있다 보면 편안해지고 나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꽃벵이들을 관리하고 키우는 일을, 나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처럼 똑같이 해왔다는 생각이 그렇게 느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