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타작물 재배지원 끝나니 콩 생산량 23.2% 감소

정부수매 매입량 1%에 불과…수매가도 고작 200원 인상
가정 소비 늘며 두류매출 늘었지만 수입 의존도 심해질 듯
판로 확보 어렵고 논콩에 적합한 품종확보도 쉽지 않은 현실

“밀과 콩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은 국내 생산·유통·소비 인프라를 확충하고 비상시를 대비한 비축도 확대하겠습니다.”

▲ 논콩 농가는 정부수매보다 다른 판로를 찾기 시작하면서 매입실적이 크게 줄었다.

지난 2월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한 김현수 장관의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면 콩 자급률 2030년까지 콩 자급률 45%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말 그대로 목표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밀과 콩의 수출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가 14개나 된다. 쌀을 제외한 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식량위기가 이미 현실인 셈이다. 그럼에도 식량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콩을 비롯한 주요곡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구체적 실행전략에 대해 농업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질적 대책이 부족하단 것이다.

정부수매만 바라볼 수 없어
2019년 농식품부는 논 타작물 재배로 생산되는 콩을 전량 수매하기로 했다. 가격도 특등가격을 새로 마련해 가격을 높이고, 물량도 6만 톤을 사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22년까지 정부수매를 유지하고 물량도 올해부터 6만5000톤으로 늘리겠다는 게 당시 농식품부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2019년 정부 실제 매입은 552톤에 그쳤고, 계획량 대비 매입량 비율은 고작 1.0%에 불과하다. 올해도 6만5000톤이 아닌 6만 톤만 수매하기로 농식품부의 실제 매입량은 497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2년만에 말을 바꾼 정부의 말을 믿고 농가도 더 이상 정부수매에 의지할 수 없어 다른 판로를 개척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수매가격도 1kg당 4700원으로 지난해보다 겨우 200원 인상에 그쳤다. 정부가 수매해 줄 거란 믿음으로 농사를 짓기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게 농업인의 심정이다.

결국 농가는 정부수매에만 기댈 수 없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경북 상주의 함창일대는 몇 년전만 해도 90% 가량이 쌀을 재배하는 지역이었다.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이 시작되며 논콩으로 대체한 농가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나누리영농조합의 조희제 이사는 “2016년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이 막 시작될 무렵 논에 콩을 대신 재배하기 시작했다”며 “초창기엔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려 해 조합원에게 할당량을 부여했다. 판로가 생기기 시작하고, 벼보다 기계화가 많이 이뤄져 콩 재배면적이 빨리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수매 등을 믿고 수확량이 늘어난 만큼 판로가 충분치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다행히 대형마트와 두류 생산업체와 연결되며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숨통이 트이게 됐다.

유통판로를 확보하게 도움을 준 경상북도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 이창욱 차장은 “지난해 400톤에 이어 올해 450톤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판로만 충분히 마련되면 민간에서 두류를 소비할 영역은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최근 가정식과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두류 수요가 늘고 있지만 판로를 열어줄 수 있는 정부정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 양곡연도별 정부 콩 매입실적(자료출처:농식품부,aT)

콩 생산량 전년대비 23.2% 감소
더군다나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이 종료되며 콩 생산량은 전년대비 2만4000톤 줄어들어 23.2%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쌀을 재배했을 때보다 소득이 낮은 이유가 제일 크고, 정부가 약속한 수매물량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지원마저 끊겼기 때문에 불안한 농가 입장에서 콩 재배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콩의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달리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30년 콩 자급률을 26.8%로 예측했다. 정부가 약속한 자급률 45%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별도의 대책이 없다면 결국은 실현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치로 남을 전망이다.

당장의 판로가 없다면 이를 보관할 시설이라도 충분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지난 2월16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부안)은 “콩 종합처리장을 2020년 10개에 이어 2021년 14곳 늘리겠다고 하는데 논콩 재배면적을 감안했을 때 아주 적게 세팅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장관은 하지만 구체적인 콩 종합처리장 확충계획을 밝히지 못했다.

▲ 논에 벼 대신 콩과 밀을 심고 있는 나누리영농조합법인의 조희제 이사는 정부의 안정적인 수급확보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콩 적합한 품종확보도 문제
콩을 활용한 두부, 간장, 된장의 최근 매출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 가정 내 소비가 늘면서 전기 대비 증가한 4726억 원을 기록했다. 늘어난 수요를 국산콩이 감당하지 못하면 수입산의 의존도가 더 심해져 식량위기를 더 부채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 식용 콩 전체 소비 물량 중 약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중 85%를 미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논콩을 비롯한 국산콩 생산기반 유지가 중요해지면서 농식품부는 논콩에 적합한 매입대상 품종으로 대원, 대풍2호, 선풍 이외에도 올해 대찬을 추가했다. 논콩 재배기반 유지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충분한 품종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말이다.

조희제 이사는 “경북지역은 대원과 대찬을 논콩으로 보급하는데 우리 입장에선 농사를 지어보니 선풍이 가장 좋았다”면서 “하지만 기관에서 선풍을 보급받을 수 없어 전라도 지역 논콩 재배농가를 통해 품종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논콩 재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지역특성에 맞는 품종보급부터 정부가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각 기관을 통해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안동에 시범포를 통해 품종보급을 논의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해 줬으면 하는 게 조 이사의 입장이다. 그리고 콩 생산 이외에도 올해 밀 생산에도 나설 계획인 나누리영농조합은 정부의 판로 확보를 포함한 다양한 수급방안에 대한 확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끝으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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