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구신숙 영천시연합회장

▲ 영천에 정착하며 쉽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생활개선회 덕분에 달달한 인생을 살게 됐다는 구신숙 회장.

와인의 고장 영천서 복숭아 재배하며 농사베테랑 우뚝
본인 경험 비춰 여성농업인 공동경영주 등록 필요성 당부

부산처녀, 산골로 시집오다
“시골이 어떤 곳인지,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았던 것 같아요. 부산에서 살다가 가로등이니 가게 하나 없는 시골로 시집 왔을 때 정말 막막했어요. 몰랐으니까 살았지, 시골생활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진작에 도시로 갔을 거에요.”

구 회장의 말처럼 부산과 영천은 완전 딴세상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자양면의 보현리는 동양 최대의 보현산 천문대가 있는 마을이다. 1년에 별을 가장 많이 확연하게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자 자양댐이 있어 청정한 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그만큼 오지란 뜻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결코 쉽지 않았지만 성실한 남편만 믿고 도시처녀는 차차 시골아낙네의 삶에 익숙해져 갔다.

지금은 4000평 규모의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베테랑이 된 구 회장. 와인의 고장 영천엔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지만 구 회장처럼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이 와인으로 만들어진다. 그만큼 부농도 많다.

하지만 돈이 다가 아니듯 이유모를 목마름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때 한줄기 빛이 된 게 생활개선회였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천연염색 교육이 마침 하고 있던 시기였다. 천연염색에 푹 빠진 구 회장은 쪽과 홍화를 직접 재배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그렇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며 농업기술센터를 본인집처럼 드나들며 배움과 문화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생활개선회장으로서 그리고 농업인으로서 농업기술센터를 수시로 찾는 구 회장이다. 영천시연합회의 많은 회원들도 구 회장처럼 변화하는 농촌의 삶에 적응하며 새로운 배움에 눈을 뜨게 됐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교육이 있지만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교육이 특히 인기가 좋아요. 장 제조사와 장아찌 제조사, 식품가공기능사 자격증은 만족도가 좋았어요. 올해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생활개선회는 내 운명
구신숙 회장에게 생활개선회와의 연결고리는 세가지다. 그중 첫번째는 남편과 중매를 해준 이가 바로 7·8대 영천시연합회장이었던 김덕순 회장이었다. 좋은 남편감이라며 적극적으로 연을 맺게 해준 사람이 생활개선회장님이었으니 어쩌면 생활개선회 활동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두 번째 연결고리는 바로 ‘보현골옛날손맛유과’다. 지난 2010년 마을의 생활개선회원들과 구 회장이 함께 만든 마을기업인 보현골옛날손맛유과는 사실 2006년 무렵, 겨울에 소일거리 삼아 해 볼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덧 연소득 5000만 원을 벌어주는 쏠쏠한 일거리가 됐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며 지원도 받았지만 지켜야 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더라구요. 사업은 사업이니 수익이 나야 되고 판로를 여는 것도 어려웠어요. 근데 옛날방식으로 만드는 게 알려지면서 찾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만들었어요. 지금도 건조기로 말리는 것 빼곤 90% 이상이 우리들 손으로 해요. 그것 때문에 찾는 손님들이 있으니 기계로 쉽게 만드는 걸 포기했어요.”

마지막은 생활개선회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해 온 여성농업인 공동경영주 등록이다. 2019년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무려 일주일이나 의식이 없었던 구 회장. 이후 2년간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근데 공동경영주로 등록해 놓은 후라 보상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최저임금 수준밖에 보상받지 못했을 것이고, 그 많은 병원비며 여타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공동경영주가 얼마나 필요한지 저는 사고를 겪으며 절감했어요. 등록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 영천시연합회원뿐 아니라 전국의 생활개선회원분들도 꼭 가입을 해서 당당한 여성농업인의 권리를 꼭 누리세요.”

영천와인처럼 지금의 달달한 인생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 쉽지 않았다. 허나 생활개선회란 단체를 통해 여성으로서 농업인으로서 행복한 삶을 일굴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길이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 달달하다는 구신숙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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