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지구를 살리는 올바른 축산⑤

퇴비 생산자들이 양분정보를
농민에게 투명하게 제공해야
우리 퇴비가 농업현장에서
러브콜 받고 축분문제도 해결

▲ 이덕배 전북대 동물자원학과 객원교수/농축생태환경연구소 대표이사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가축분뇨 문제 해결을 위해 경축순환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 과제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축분 퇴비가 농촌진흥청 ‘흙토람’의 비료사용처방 프로그램과 연결돼야 하나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비료관리법의 퇴비 공정규격에는 유기물함량, 유기물 대비 질소 함량비율, 유해미생물 밀도, 유해중금속 함량과 같이 유해성분 함량만 규정돼 있을 뿐, 비료로서 효과를 나타내는 양분 정보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농촌의 길옆이나 농장 한쪽에 검정비닐로 싸인 약 2m 높이의 사면체가 있다. 이 사면체는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야 80~90포 단위로 묶인 퇴비덩이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검정비닐로 둘러싼 퇴비를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에도 1341억 원을 들여 지자체와 농협을 통해 농가에 공급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퇴비가 검게 가려져 있어서 농촌경관도 좋지 않다. 이러한 검정비닐 포장 문제를 물으니 “정부에서 공급받은 퇴비는 1년 이상 후숙시켜야 한다. 바로 투입하면 가스 발생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년간 퇴비를 쌓아둘 때, 투명비닐로 감싸면 햇볕에 포대가 삭아버려 살포작업이 불편하다. 그래서 부득이 검정비닐로 싼다.”는 어이없는 대답을 들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급한 퇴비를 농가가 바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책 불신될 수 있다. 작물 재배농가 입장에서는 사용할 퇴비를 최소 1년 전에 구입해야 하고, 또 농장의 일부 면적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경영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2019년 작물 재배농가의 평균 연소득은 4100만원으로 축산농가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농가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가축분 퇴비가 공급돼야 한다. 그래야 경종농가들의 가축분 퇴비의 소비 확대라는 소기의 성과도 얻을 수 있다.

가축분 퇴비의 주원료는 가축분과 수분조절제다. 가축분도 우분, 돈분, 계분에 따라 성상이 다르다. 일부 공장은 가축분 외에도 음식물류 쓰레기나 식품오니 등을 퇴비 원료로 사용한다. 퇴비원료가 매일 다르고 발효가 진행될수록 부피와 질량이 감소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퇴비화 공정을 멈추느냐가 퇴비 사업자의 수익을 결정짓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양분함량을 알 수 없고 가스장해가 우려되는 가축분 퇴비가 합법적으로 농민에게 공급되고 농민은 1년 뒤에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퇴비 공정규격의 개선이 시급하다.

네덜란드는 가축분 퇴비의 포대에 질소와 인, 칼리 함량을 표시하고, 이를 투명비닐로 포장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품질을 바탕으로 판매하니 국내외 농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꼬리와 같은 가축분뇨 문제가 축산의 몸통을 흔들어대는 가히 ‘왝더독’(Wag the dog)과 같은 시대다. 시대의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을 퇴비에도 적용해야 한다. 퇴비 생산자들이 투명하게 양분정보를 농민들이 보고 믿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 퇴비가 농업현장에서 러브콜을 받고, 가축분뇨로 인한 문제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