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년 전 만해도 우리 주변에 빈대가 많아 밤에 잠자리를 설치곤 했다. 그때 각 가정에서는 빈대를 잡아죽인 벽의 핏자국 얼룩이 가관이었다.
세계적인 거대기업을 일군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은 사회 초년 노무자 시절 인천의 숙사에서 빈대와 싸우느라 잠을 설친 일화를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그의 자서전에서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정 회장이 잠자리로 쓰는 평상(平床) 네 귀퉁이 다리가 빈대의 통로라는 것을 알고 그 다리마다 물그릇을 받쳐 빈대의 평상 침입을 차단했다. 그러나 다음날 이마저도 허사였다. 빈대는 벽을 타고 천장까지 올라와 추락, 평상에서 잠자는 정 회장을 또 괴롭혔다.
이 같은 일을 보고 정 회장은 하찮은 미물인 빈대도 비범한 아이디어로 먹이를 찾는 모습에 경탄, 분발을 다짐했다는 얘기다.
최근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빈대가 일부 지방에 나타났다는 신문 단신기사가 났다. 왜 빈대가 다시 나타났을까? 아마도 외국에서 수입한 골동가구나 외국에서 살다 귀국한 동포들의 이삿짐에 실려왔을 것으로 짐작한다.
우리는 수출국이라 지구촌 곳곳으로 많은 무역상선이 왕래한다. 이 상선들을 통해 그간 외래 해충인 솔잎혹파리,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 밤나무의 혹벌레 등 무수한 해충이 들어와 터를 잡고 있다.


산림청은 솔잎혹파리방제를 위해 연간 139억원, 소나무재선충 발생의 위험지역에선 병 확산방지를 위해 무고한(?) 소나무를 베어내면서까지 연간 180억원의 방역비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런 해충들을 비롯한 유해 동식물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검역활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아마도 큰 상선의 배안에 잠복해 평생을 사는 쥐들도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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