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76)

# 화제의 영화 <미나리>가 국내에서 개봉됐다. 미국 자본(배우 브래드 피트가 대표로 있는 ‘플랜B’ 제작)으로 만들어져 미국에서 먼저 개봉하면서 각종 영화상 75개를 수상하고, 4월에 있을 아카데미상에서도 여러 부문에 수상후보로 올라있대서 화제 만발이다. “미나리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외국기자들도 많다고 한다.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아칸소로 막 이주한 한국인 가정의 미국 이민 정착기를 생생하고 잔잔하게 그려낸 영화다. 미국 자본으로 만들었지만, 한국어 대사가 80% 정도 차지해 낯설지 않다.

이 영화의 감독은, 미국 유수의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의사를 꿈꿨던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영화 <미나리> 이야기는 실제로 미국에 이민 가 정착한 정 감독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한 아버지와 직장에 다녔던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줬던 외할머니는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아칸소에서 키웠다.
정 감독은 “미나리가 다른 어떤 채소보다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그 미나리의 강하고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 미나리는 ‘물에서 자라는 나리’라는 뜻을 가진 여러해살이 풀이다. 근채(芹菜)·수(水)근채·야(野)근채·수영(水英)·수근(水芹)·불미나리·돌미나리·똘미나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습지에서 30cm 정도의 키로 자라고, 봄과 겨울에 독특하고 상큼한 향기가 나는 어린 잎과 줄기를 베어 매운탕이나 국을 끓이거나, 살짝 데치거나 생으로 양념에 무쳐 먹는다.

특히 미나리는 오염이 심한 하천 주변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 풍성하게 잎을 피우고 번식을 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다. 이 같은 질긴 생명력은 다른 식물과 달리 미나리 몸체 안에 중금속이나 영양염류를 흡수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오염이 심한 하천의 카드뮴·크롬·납과 같은 유해 중금속을 흡수해 뿌리에 저장함으로써 오염된 하천을 맑게 해 주는 이로운 정화식물이다. 사람 몸 속에서 배출되지 않는 중금속도 미나리가 흡수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의학적 소견도 있다.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이 영화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인생을 걸었던 세상 모든 부모를 향한 러브레터”라고 했다. 영화의 메시지에 빗댄 그 말의 진정성을 우린 믿는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입 맛, 살 맛을 잃어버린 이 어지러운 봄날, 영화 <미나리>가 됐든, 미나리 나물무침이 됐든지 간에 그로해서 상큼한 입맛, 윤기나는 살 맛을 건강하게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건 맹랑한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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