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 - 4

 

최근에 사과를 비롯한 과수의 재배지가 북쪽이나 산간고랭지로 옮겨지는가 하면, 제주 특산의 ‘한라봉’이 육지의 고흥으로 건너와서 ‘하나봉’으로 재배된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고등어·멸치·오징어와 같은 난류성 어류가 부쩍 늘어나고, 한류성 생선인 명태는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이미 농림어업에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다.
과수에게 겨울의 찬바람은 필수적이다. 겨울의 찬 날씨가 잠든 과일나무의 꽃눈을 깨워 봄에 꽃이 피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과의 꽃눈을 깨울 수 없는 제주도나 남부지방에서는 아무리 사과를 심어도 열매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고 겨울이 마냥 추우면 사과가 잘 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과수마다 재배에 알맞은 곳이 따로 있게 마련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구온난화로 인해 과거에는 너무 추워서 사과를 키울 수 없던 곳에서도 지금은 사과재배가 시도되고 있다. 만일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사과로 유명한 고장에 꽃이 피지 않는 사과나무가 생길지도 모른다.


한편, 겨울 날씨가 요즘처럼 따뜻해지기 이전엔 중부지방 포도나무는 겨우내 땅에 묻어 얼어 죽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포도나무는 선 채로 겨울을 난다. 반면 추위에 약한 품종이나 일찍 수확할 목적으로 재배하는 포도나무는 아예 시설 안에서 재배한다. 
농사에 있어서 지구온난화의 유불리를 논하기는 쉽지 않다. 과수는 한번 심고 10~20년 이상을 바라보며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과·배·복숭아와 같은 과수는 우선 품종마다 꽃눈이 잠에서 깨어나려면 얼마나 추운데서, 몇 시간을 지나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면 전과 달라졌거나 앞으로 달라질 기후자료를 놓고 재배에 알맞은 지역을 찾아나갈 수 있다.
이와 같이 모든 작물에 대하여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해나간다면 지구온난화 때문에 생기는 변덕스러운 날씨도 일상의 날씨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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