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부산물의 변신 - 맥간공예

보릿대 특유의 광택으로 탄생한 예술품

루마니아전시 호평…유럽시장 진출 노린다

예부터 보릿대는 유용하게 쓰인 농업부산물이다. 논을 소독한다며 태우기도 하고, 인형이나 반짇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맥간공예연구소 이상수 원장은 보릿대의 색감에서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공예로 발전시켰다. 보릿대가 지닌 은은한 금빛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리줄기를 가지고 모자이크 기법, 목칠공예기법을 합해 그만의 독특한 예술장르를 만들어냈다.

 

 

어쩌다 발견한 보릿대의 매력
경기도 수원에 있는 맥간공예연구소에 들어서 벽에 있는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릿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반짝인다. 이상수 원장은 보릿대의 결을 엇갈리게 해 작품을 만들고 조명을 받으면 시각적으로 음양이 만들어져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 맥간공예연구소 이상수 원장은 지난 40여 년간 보릿대를 얇게 펴 만드는 맥간공예품으로 전통공예에 한 획을 그었다.

이상수 원장이 보릿대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은 인생의 가장 밑바닥이라 생각했던 시절, 청도의 한 절에 쉬러 내려가 산책을 하다 쌓여있는 볏단을 보고 난 후부터다. 미대 진학과 자신히 처한 현실사이에서 끝없이 갈등을 하다가 쉬러 간 절에서 다시 자신의 열정에 불을 지펴줄 보릿대를 만난 것이다.
“마을 이장님한테 보릿대를 왜 이렇게 쌓아뒀냐고 물었다가 여러모로 유용한 보릿대의 쓰임새에 대해 듣게 됐죠. 옛날부터 반짇고리 등공예품에도 많이 쓰였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금박을 사용한 작품을 구상 중이었는데, 금박보다도 이 보릿대가 딱이다 싶었어요.”

맥간공예에는 세 번째와 네 번째 마디의 보릿대만 쓰인다. 삶아 말린 보릿대에 대바늘을 끼워 돌려 보릿대를 가르고, 갈라진 보릿대를 도구를 이용해 훑어 판판하게 편 후 이를 이어붙여 디자인한 도안에 맞게 자르는 방식이다.
이처럼 자신만의 고집으로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개척하고, 작품활동에 매진해 나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중화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문득 들었다는 이 원장.
“보릿대가 접하기 쉬운 재료인 만큼 맥간공예의 문턱 또한 낮춰서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생각이었어요. 사람들이 직접 해볼 때 그 가치를 더욱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죠.”그렇게 대중화에 힘쓴 결과, 맥간공예연구소에서 파생된 지회가 전국 곳곳에 생겼으며 매년 30~50여 명의 전수자가 함께 전시회를 연다.

이제 해외시장이다
이 원장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 독일, 러시아, 루마니아 등과 교류를 하며 전시를 진행해 왔다. 해외시장개척의 이유에 대해 묻자 이 원장은“국내에만 있다간 그 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 공예하는 사람들은 그 맥이 끊어질까봐 불안해하고 있어요. 전수받을 사람이 없고 젊은 사람들의 관심도 급격하게 줄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우리나라에만 간직하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원한다면 가르치고 전수해서 그 나라에서라도 명맥이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이 원장은 유럽을 방문해 예술과 밀접한 사람들의 생활을 눈으로 목격하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그곳에서 희망을 봤다고 한다. 실제로 맥간공예에 큰 관심을 보인 루마니아의 전통문화대학 공예학과에 맥간공예를 전수할 것을 협의하고 교류하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된 상태다.
이상수 원장은 코로나19가 얼른 잠잠해져서 이번 교류를 계기로 한국의 전통공예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 맥간 작업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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