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지구를 살리는 올바른 축산④

전문기술자 임무를 법에 담아
현장에서 널리 활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시급한 일

▲ 이덕배 전북대 동물자원학과 객원교수/농축생태환경연구소 대표이사

3년 전, 충남지역의 액비사용 기술 교육에서 농가들은 액비를 살포한 논에서 여성 생리대가 나오고, 액비가 살포된 다음 벼가 웃자라 피해를 봤다며 액비 사용을 거부한 적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전북 소재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을 방문했을 때, 생산된 퇴비가 공장 마당에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을 목격했다. 시설 운영자는 잔뜩 쌓인 퇴비뿐만 아니라 액비 저장조도 여유가 없어서 증설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그곳의 액비 저장조는 1367톤으로 시작해 이후 시설을 2600톤으로 증설했으나 계속되는 저장물량 증가로 인해 2000톤의 저장조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퇴비와 액비는 밑거름용으로만 한정돼 농가에 공급되고 있었는데, 퇴비와 액비 살포기계며 인력도 밑거름 살포시기에만 활용되고 나머지 기간에는 사실상 유휴기를 맞고 있어서 경영압박의 요인이 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축산환경관리원 전문가들과 강원도 철원군 김화농협의 액비화사업을 둘러봤다. 김화농협 가축분뇨 자원화센터는 생산된 액비를 관내 액비 사용농가들의 탱크에 담아주고, 농가들은 이를 토마토, 오이, 가지, 파프리카 등의 작물에 밑거름은 물론, 웃거름으로도 사용하고 있었다. 철원의 액비 자원화시설에는 축산농가로부터 가축분뇨가 계속 유입되고, 생산된 액비는 경종농가로 연중 공급되면서 가축분뇨 처리와 액비 사용이 잘 연계되고 있었다. 또한, 가축분 액비에 퇴비를 넣어 만든 퇴비차도 잘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같은 성과는 철원군청의 가축분 액비 처리 정책과 김화농협의 액비 공급사업, 전문가의 영농현장 맞춤형 컨설팅 사업이 조화를 이룬 덕택이었다.

김화농협의 퇴·액비 사업에서는 영농 컨설턴트가 경종농가를 대상으로 액비의 밑거름과 웃거름 사용량을 수시로 상담해주는 것이 전북의 경우와 달랐다. 철원의 채소 재배농가들은 액비를 웃거름으로 사용하면서 가뭄피해도 막고, 비룟값도 10a당 100여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농현장 컨설턴트를 활용한 철원의 경축순환모델을 널리 보급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가장 경제적인 가축분뇨 처리방법은 농작물 재배에 재활용하는 것이고, 경축순환 활성화를 당면과제로 삼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의 법과 제도는 한참 후진적이다. 현행 가축분뇨 자원화와 이용법에서의 기술자 범주에는 수질, 폐기물, 토목산업, 공업화학, 화공분야 자격증 소유자로 제한돼 있다. 이 기술자들은 경종농가들에게 퇴비와 액비의 사용에 대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시설원예, 농화학, 종자, 임업분야 공인 기술자격자들이 활동할 수 있어야 해결될 수 있다.

퇴비나 액비와 같은 비료의 사용은 농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은 물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발생량, 수질오염은 물론 염류집적과 깊이 연관돼 있다. 영농현장에서 올바른 비료 사용과 건강한 토양관리는 현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이 같이 중요한 일을 담당할 전문기술자의 임무를 법에 담아 현장에서 널리 활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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