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직접 얼굴을 대하고
접촉하며 처리하던 것을
비대면으로 풀어가는 사회다.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세계다.

이제껏 익숙한 방식과 결별하고
전에 없던 방식의 농업을
종용받고 있는 때에
농업인들은 뒤처지면 안 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우수도 지나고 경칩이 다가와 점차 봄기운이 느껴진다. 코로나19로 여전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양식(樣式)을 크게 바꾸리라는 전망은 이제 상식이 됐다. 코로나19로 디지털문화는 일상화됐다. 거역할 수 없는 문화다. 우리 농업·농촌·농업인도 예외는 아니다. 농업인 누구나 쉽게 적응해 농업분야 전반에 적극 활용해야 살아갈 수 있다. “농업이란 살아있는 생명체를 창조하는 일이다. 지속적으로 지난 허물을 벗어던져야 하며 생존방식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농업의 초점도 변해야 하며, 가치도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변화의 힘이 바로 변용(變容)이다.” 인텔에서 CEO로 반도체 혁명을 이끌었던 엔디 그로브의 명언이다. 새로운 변화에 재빨리 순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움은 설렘이자 두려움이다.

언덕바지에 축대를 쌓든, 창고에 쌀가마니를 쌓든, 무언가를 쌓을 때에는 밑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것이 정석이다. 새로운 지식을 쌓는 일도 마찬가지다.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우고 익혀서 점차 상급 단계로 올라가는 디지털 지식 쌓기의 과정을 밟아 나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풍경을 많이 바꿔놓았다. 일상에서 ‘온(on)’서 ‘온라인(online)’으로, ‘택(tact 대면)’에서 ‘언택트(untact 비대면)’가 됐다. 직접 얼굴을 대하고 접촉하며 처리하던 것을 비대면으로 풀어가는 사회다. 농업인도 마찬가지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받아들여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 농산물 판매나 소비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뉴노멀(새 표준)시대다. 언택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농산물관’을 설치해 대면접촉 없이도 농산물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판로방식을 개척해야 한다.

농업계도 ‘포스트 코로나’ 속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로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비대면 활동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농업계도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데 힘써야 할 때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생존전략은 ‘디지털 경쟁력’이다. 쉽고 간편하게 농업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나 농업계가 농업의 핵심기반인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하고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 농업인 모두가 소외되지 않게 필요한 교육도 이어져야 한다. 늘 새로운 출발에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깃들어 있지만 능히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다양한 낯선 외국어 전문용어가 일상생활 속에서 연일 불러지고 있어 농업인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드라이브 스루(차량을 이용한 일처리),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 등이 그 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전염병인 탓이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도록 나서야 한다.

지구온난화, 변이바이러스, 돌발병해충,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올 한해도 농업인들에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백신접종이 시작되지만 80~90% 인구가 접종해야 약 70%가 면역력이 생긴다고 하기에 그렇다. 아무튼 이제껏 익숙한 농업방식과 결별하고 전에 없던 방식의 농업을 종용받고 있는 때에 농업인들은 뒤처지면 안 된다. 논어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면서 아는 사람은 위요, 배워서 아는 사람은 그 다음이요, 곤경에 처하여 배워 아는 사람은 그 다음이니, 곤경에 처하고도 배우지 않으면 사람으로서 하등(下等)이 된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져야 할 농업인들이 곱씹어 볼 말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