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대장정>  한식의 계승과 세계화 Ⅲ - 한식의 뿌리를 찾아 (35)

 

“살아있는 낙지로 ‘낙지호롱’을 만들어야 부드럽고 맛이 좋다”고 말하는 고선자 남도의례음식연구회 부회장.

 


무안 향토음식 ‘낙지호롱’
남도의례음식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고선자(51)씨는 무안이 고향이다. 장흥 고씨 대종손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종부인 어머니와 함께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면서 자연스레 음식솜씨를 익혔다.
고선자 부회장은 2008년 서울국제요리대회에서 회원들과 함께 문화관광부장관상을 공동 수상했다. ‘낙지호롱’과 ‘동아정과’, ‘약과’를 담당했다.
현재 광주광역시에서 폐백과 이바지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광주향토박물관 폐백반 강사도 겸하고 있다. 최근, 차문화협회 사범반도 수료했다.
또, ‘흑임자구름떡’ 등 전통떡도 판매하며, 2007년에는 매실음식을 가지고 KBS ‘체험 삶의 현장’과 전라도 꽃 송편으로 ‘와우 화제와 현장’에도 출연했다. 고 부회장이 만드는 음식의 범위가 이만큼 넓다. 이들 중 굳이 하나를 꼽으라고 하자, 고향인 무안의 특산품 ‘낙지호롱’을 지명했다.
무안은 낙지의 고장이다. 현경면과 해제면 등 유난히 발달한 갯벌을 중심으로 매끈한 몸매의 낙지가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안터미널을 중심으로 구시장과 신시장의 낙지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전국에서 낙지의 진미를 보기 위해 무안터미널로 찾아오는 것은 물론, 일본 등 해외 여행객들까지 찾아오고 있다. 그만큼 무안낙지를 최고로 친다.

 

더위 먹은 소에 먹이는 ‘낙지’
무안 지방에서는 여름 농사철이 되면 낙지를 호박잎에 싸서 일하는 소에게 먹인다. 낙지는 더위 먹은 소를 일으켜 세우는 효험이 있기 때문이다.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도 좋은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문헌상으로는 ‘자산어보’와 ‘동의보감’에도 낙지의 효과는 기록돼 있다. 바다에서 나는 산삼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낙지는 전문요리 체인점이 생기는 등 대중화 되었다. 연포탕과 낙지비빔밥, 낙지구이는 물론, 산낙지로도 먹는 등 조리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낙지호롱’은 전남 지방에서 시제나 제사상에도 오르고, 이바지 음식으로도 사용된다. 그만큼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낙지호롱은 나무 젓가락에 꼬여 고추장 양념을 바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안터미널 주변에서도 그렇게 상품화된 낙지호롱을 판매한다.
하지만, 제사상이나 이바지 음식으로 사용되는 낙지호롱은 고추장을 쓰지 않는다. 대신, 참기름을 발라 사용한다. 제사음식으로 붉은색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낙지도 전통방식 그대로 짚 묶음에 낙지를 돌돌 감아 사용한다.
고 부회장이 만드는 ‘낙지호롱’은 꼭 살아 있는 것을 사용한다. 그래야 더 부드럽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머리의 내장을 꺼내고 먹물을 제거한 이후, 소금에 주물러 깨끗이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 놓는다. 마늘과 참기름에 재웠다가 볏짚에 꼬이고, 불에 살짝 데쳐 사용한다.

 

낙지호롱…살짝 데쳐 먹어야
고 부회장은 무안터미널 시장에서 낙지를 구입할 때는 꼭 믿을 수 있는 곳에서만 구입한다. 귀띰해 주는 곳은 바로 ‘향님횟집’.
그집 남편이 직접 낙지를 잡아올뿐더러, 순수 ‘무안 낙지’를 믿고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안의 낙지는 해남과 영암의 것과는 또 다르다. 낙지의 발이 좀 더 길고 검은색이 더 많다. 중국산 등 수입산은 국내산에 비해 몸집이 통통하고 짧은 편이다. ‘향님횟집’ 주인은 이들 원산지를 명확히 알려주며 판매를 해서 신뢰감이 있다고.
낙지 호롱 20개를 이바지 음식으로 만들어 판매하면 40만원의 고급 선물세트가 된다.
낙지호롱을 만들 때는 너무 익히면 질겨서 맛이 떨어진다. 고 부회장은 “한 김만 내면 된다.”고 말한다. 즉, 살짝 익혀 먹는다는 것. 먹는 방법은 볏짚에 꼬인 것을 밑에서부터 풀어가면서 다리부터 떼어 먹는다.
다른 음식은 뜨거울 때 제 맛이 나지만, 낙지호롱은 식어도 맛이 있다.
장흥 고씨 대종손 집안 출신인 고선자 부회장의 고향 무안군 용원리에는 아버님의 공적비가 남아 있다. 그만큼 장흥고씨 대종손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소사에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하다못해, 집안 제사가 있는 날도 동네잔치날이 되곤 했으니 종부인 어머니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웃들에게 가족들과 먹으라”며 남은 음식을 푸짐하게 싸주고는 했다.
어린 시절,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느덧, 그 때 어머니 나이가 되고 보니 고선자 부회장도 어머니의 모습과 행동을 따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산낙지’ 또는 ‘기절낙지’

‘낙지호롱’은 무안지방 특유의 향토음식이다. 최근 짚 묶음 보다는 나무 젓가락을 많이 사용한다. 위생문제 때문에 전통대신 개량을 택한 것. 또, 무안의 특산품으로 떠오르다 보니 일반인들이 쉽게 먹을 수 있게 발달한 모습이기도 하다. 낙지호롱은 고추장 양념이나 참기름 양념을 발라서 살짝 익혀 먹는 것이지만, 일부 달인들은 산낙지를 통째 먹곤 한다.
산낙지는 이따금 외국의 방송에도 한국의 엽기적 먹을거리로 소개되곤 한다. 한편, 낙지의 강력한 빨판에 의한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 무안군에서 개발한 것이 ‘기절낙지’. 기절낙지도 새로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 산낙지
보통 산낙지를 먹을 때는 잘게 썰어 먹지만, 세발낙지는 머리와 전체 크기가 작고 연해서 통째로 즐겨 먹는다.
나무 젓가락 끝에 낙지 머리를 넣어 끼워 고정시킨다. 그 후 세발낙지의 다리를 나무 젓가락에 돌돌 감는다. 그 후 취향에 따라 기름소금에 찍거나 해서 입안에 쏘옥 넣는다. 서툰 사람들은 낙지의 가느다란 발이 입술 밖으로 나오는 엽기적 장면을 연출하지만, 달인들은 깔끔하게 한잎에 세발낙지 한 마리를 털어 넣는다. 소주 한잔 곁들이는 것은 센스.

▲ 기절낙지
산낙지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안지방에서 새롭게 개발한 제품이다. 낙지를 바구니에 넣고 민물로 박박 문지르면 낙지가 기절하고 만다. 정신이 혼미해진 낙지를 접시에 가지런히 놓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산낙지의 쫄깃함은 그대로 살아 있다. 낙지가 소스에 닿는 순간 다시 꿈틀거리는데 그것이 기절낙지의 포인트이자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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