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기고- 김완수 국제사이버대 웰빙귀농조경학과 교수

"베토벤 교향곡 듣고 자란 밥에
쇼팽 협주곡 듣고 자란 김치를
골라서 먹을 날이 도래하고 있다"

▲ 김완수 국제사이버대 웰빙귀농조경학과 교수

식물도 감정이 있다
식물도 감정을 갖고 있다는 ‘백스터효과’(Backster Effect)라는 것이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우리 집도 생활에 변화가 생기면서 나도 강제적 주말부부(?)로 변했고 혼밥이 생활화됐다. 집사람이 서울 외손주들을 돌봐주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5도2촌, 나는 주중에는 1인 가구(?)가 돼 생활한다. 이런 삶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반려식물이다. 그래서 집에서 키우는 화분을 늘려가고 있다. 몬스테라, 커피나무, 시클라멘, 포인세티아 등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먼저 식물들에게 “잘 잤니?” 안부를 물으며 물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펴본다. 잎사귀도 어루만져 준다. 이에 응답하듯 최근에는 몬스테라에서 새 잎이 나오는데 너무 매력적이고 신비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행복이다.

사람들은 식물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반려식물 관련 책들을 살펴보고 글도 자주 쓰게 된 이유다. 이렇게 반려식물을 키우면 무엇보다 좋은 점은 실내공기를 정화하면서 느끼는 쾌감일 것이다. 잎사귀 이면(裏面)에는 약 100만개 정도의 공기구멍이 있고, 해바라기 한 그루가 하루에 잎사귀를 통해 증발하는 수분량은 한 사람이 흘리는 땀의 양과 같다고 한다. 자작나무가 무더운 날에 잎사귀를 통해 증발하는 수분량은 대략 380리터 정도라는 것은 고전을 통하여 잘 알려져 온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농촌진흥청 이완주 박사팀이 미나리와 오이에 그린음악을 들려주면 30% 이상의 생육 증대효과가 있음을 발표해 하우스 농업에 그린음악을 보급하기도 했다.
인간에게 음악이 약과 같은 치료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식물과 동물의 성장과 질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린음악’이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오고 있다. 그린음악을 들려준 식물은 해충의 대사를 교란시키는 물질을 만들고, 해충 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려서 진딧물 감소와 함께 수명도 단축해 농약을 덜 쓰게 된다. 슈퍼마켓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키운 농산품을 진열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자란 밥에,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고 자란 김치를 골라서 먹을 날이 도래하고 있다. 로컬푸드가 확산되는 요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이 강조되면서 그린음악을 활용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식물은 녹색의 현자
세계적인 식물학자 피터 톰긴스와 크리스토퍼 버드가 쓴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을 보면 식물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예쁘다는 말을 들은 난초는 더욱 아름답게 자라고, 볼품없다는 말을 들은 장미는 자학 끝에 시들어버린다고 하며, 떡갈나무는 나무꾼이 다가가면 부들부들 떨고, 홍당무는 토끼가 나타나면 사색이 된다고도 한다. 제비꽃은 바흐와 모차르트, 재즈를 좋아하고 록음악을 싫어한다며 식물은 자신을 보살펴주는 인간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일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을 읽어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녹색의 현자(賢者)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식물들은 동료식물들과 멀리 떨어지게 되면 고독감을 느껴 점차 시들어가다가 마침내는 죽어버리기까지 하지만, 시들어가던 것을 다시 온실에 갖다 놓으면 곧 활력을 되찾아 싱싱해진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식물연구가 ‘메르타’는 “식물들을 혼자 내버려 두는 것보다 주인과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콕생활이 지속되는 시대에는 반려식물로 실내정원을 꾸며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현자가 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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