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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정보를 이용하는 자가 성공농사■ 인터뷰 - 세종데이터연구소 엄기철 대표
채희걸  |  jsssong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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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19  10: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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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농업기술로 인해 이제는 관행적인 농사기술과 가축 사양기술만으로는 성공적인 농사를 이루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요즘은 생산기술을 기본으로 가공, 포장, 유통 등 6차산업화 진전에 따른 각 부문의 데이터 분석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농사 성패가 판가름 나는 시대다.
국내 농업 관련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세종데이터연구소 엄기철 대표를 만나 40여 년에 걸친 농업관련 데이터 연구 실적과 연구소 운영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세계최초로 토양특성별 수분요구량 규명
논농업의 다원적기능 정량화해 세계서 인정
농촌여성들도 컴퓨터 활용능력 길러야

   
 

밭작물 수분요구량 규명해
물관리 지침서 펴내

“1977년 고려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ROTC 제대 후 농촌진흥청에서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농촌진흥청 재직 중 농업과학기술원에서 농업환경부장, 고령지농업연구소장을 거쳐 본청 연구개발국장, 그리고 농업과학원장을 끝으로 2008년 명예퇴직해 30여 년의 농업연구직 공무원 생활을 마쳤습니다.”
엄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직으로 있을 당시, 토양 물관리에 관한 연구를 했다. 물은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스며들어 뿌리로 흡수됐다가 잎에서 증산이 된다. 따라서 토양수분 관리는 수학적인 계산이 요구되는 어려운 연구과제다. 이에 국내 토양학자 중 토양수분을 연구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어려운 수학이 기초가 돼야 하므로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토양수분 연구자는 드뭅니다.”
엄 대표는 저명한 수학자였던 부친 엄상섭 교수로부터 천부적인 수학 자질을 이어받았다. 이런 DNA를 물려받은 엄 대표는 전국 각지의 토양 특성별 데이터와 여러 작물이 요구하는 토양수분량을 밝힌 밭작물 물관리 지침서를 1999년에 발간해냈다. 밭작물 재배 시 획기적인 물관리 기술정보를 담아낸 책이다.

이 지침서는 200여 명의 토양조사요원이 30여 년간 조사한 67개 지역의 토양 데이터에다가 38개 작물이 요구하는 수분량과 기상데이터 등을 종합·분석하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 작업은 1988년 시작해 1999년까지 4명의 연구원과 각 1년, 3년 또는 6개월 단위로 협조를 받아 해냈다. 이 자료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겁니다.”

엄 대표가 농업과학원장으로 재직할 때 미국의 토양학회장이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밭작물 물관리 지침서를 보고 깜짝 놀라 주한미국대사와의 면담 약속을 미루고 이 자료를 만든 현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안내를 받은 뒤 그는 미국의 농림성 관련 직원과 미국 토양학 관련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초청이 있었으나 바쁜 일정으로 미국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고 했다.
한편, 국내 농업인들은 이 지침서를 통해 밭작물 농사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했다.

전국 토양조사결과 데이터화한 ‘토양총서’ 발간
엄 대표는 1992년 컴퓨터가 막 보편화되던 시기에 컴퓨터를 활용해 ‘한국토양총설’이란 책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자금으로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이 사업은 200여 명의 토양조사요원을 투입해 만들어낸 토양조사업의 결과를 집대성한 것을 증보판 ‘한국토양총설’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30년간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컴퓨터로 분석하는데 딱 6개월이 걸리더라고요. 그게 요즘 말하는 빅데이터화 작업이었죠. 압축된 데이터를 725페이지 분량에 담아 우리나라의 토양총서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것 역시 세계 최초의 유일의 자료입니다.”

엄 대표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인해 시장개방이 가속화될 것에 대비해 논농사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경제적인 가치를 수학적 계산으로 수치화하는 작업을 해냈다.
논에 물을 가두는 것이 홍수 억제기능을 하고, 벼가 CO₂를 흡수하고 산소를 발생시켜 공기정화기능을 하는 것, 벼가 수분 증산을 통해 기온을 낮추는 냉각기능을 하는 것 등을 경제적으로 수치화해 ‘논을 왜 지켜야 하는가?’라는 책을 펴냈다.

이를 근거로 미국과의 쌀개방 협상에서 생산보조금 대신 환경보전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쌀시장 개방을 크게 억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경제적 수치화는 세계적으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용어가 생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그와 관련된 논문을 일본보다 앞서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이를 수치화 한 원조국가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자료는 현재 논농업직불금 정산의 근거자료로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퇴직 후 세종데이터연구소 운영
각 부처 발주 16개 과제 연구 수행

엄 대표가 농업 관련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서 세종데이터연구소를 설립한 동기와 연구소 운영상황에 대해 물었다.
“1984년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장학금으로 오스트리아에 가서 1년간 핵기술의 평화적 이용사업의 일환으로 농업연수를 받았어요. 당시 프랑스에 있는 세계적인 데이터 해석 연구소가 데이터의 수식을 풀어주는데 1건당 250만 원을 받는 것을 보고 데이터 분석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농촌진흥청에서 수행한 밭작물 토양수분관리 연구, 토양조사자료의 데이터화, 농업의 다원적기능 연구 등도 그때 생각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겁니다.

2008년 명예퇴직을 했는데, 연말에 이공계지원특별법이 공포됐어요. 그걸 보니까 데이터연구소를 설립하면 농촌진흥청 재직 시보다 자유롭고 활력 있는 연구사업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지금까지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업기후 통합개발연구,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관비기술사업, 과학기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에서 발주한 16개 과제를 수주해 연구를 했습니다. 농촌진흥청 재직 30년간 발표한 논문과 같은 양의 논문을 퇴직 후 10년간 써낸 것이 보람입니다.”

끝으로 엄 대표는 이런 말을 남겼다.
“최근 농촌여성신문에서 농촌여성이 디지털문맹이라는 기사를 봤는데요. 문제를 잘 짚었다고 봅니다. 치열한 경쟁시대에는 정보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농촌여성들도 컴퓨터에 겁내지 말고 배워야 합니다. 여성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남편과 그 정보를 공유하며 정보전을 이겨내야 성공농사를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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