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99)

"AI는 익숙지 않은
새로운 문명일 뿐
괴물이 아니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복의 선택도 만만치 않지만 특별한 경우에 입을 옷의 선택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더욱 쉽지 않다. 이런 부담스러운 선택을 누군가 해준다면 바쁜 현대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AI(인공지능)가 그 역할을 해준다고 나섰다.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송민석 교수 연구팀이 삼성물산과 공동 연구로 AI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통합 온라인 몰 SSF샵(www.ssfshop.com)에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물산 온라인 패션몰에서 재킷 등 상의를 고르면 이에 어울리는 바지나 치마 뿐 아니라 외투·신발·가방 등을 추천해준다고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디해 준다는 이야기다.

패션에서 AI의 등장이 처음은 아니다. 기존 패션 AI는 고객이 구매한 옷을 통계적으로 처리해 보여주거나 유사한 옷을 찾아주는 데 그쳤다면, 이번 AI는 패션 전문가가 만든 스타일링을 미리 학습해, 고객이 고른 옷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 줌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최초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통해서 AI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경험했었다. 2016년 3월 여러 국제 기전에서 18차례나 우승했던, 세계 최상위급 프로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공개 대국에서 알파고가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4승1패로 승리해 ‘현존 최고 인공지능’으로 등극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오늘날 AI는 많은 산업에 활용됨으로써 전 세계 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됐고, 이를 통해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역시 보다 정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계에서도 이 예측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참으로 다양하고 미묘한 감성의 결정물이고 보니 바둑에서의 승리나 과학적 데이터처럼 완벽하고 일사불란한 답이 나오기 어렵다. 때문에 AI의 코디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완벽한 서비스를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갈 길이 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세계도, 패션계도 AI와 함께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휴대폰을 처음 대했을 때 문자를 주고받는 것도 어려웠다. 카톡은 더 어려울 듯했다. 그러나 노소를 막론하고 이 신기한 놀이를 생활화하고 있다. 코로나로 ‘거리두기’란 괴물이 등장하더니, 화상회의란 묘수가 탄생했다. 젊은 층에서부터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감히 시도해볼 생각도 못하고 어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문자나 카톡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던 것처럼, 해보면 손가락 몇 번 움직여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얼굴을 마주보며 할 말 다 할 수 있는, 쉽고 편리하기까지 한 온라인 회의다. 

패션계에 등장한 AI의 코디가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AI는 아직 우리에게 익숙지 못한 새로운 문명일 뿐 괴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이런 서비스가 우리 의생활에도 넓고 깊게 침투할 것이라는 점이다. 누가 더 적극적으로 내 패션에 적용 해보느냐에 따라, 변화하는 시대와 함께 갈 것인지 구경꾼으로 남을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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