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CUS -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설 경기

# “이번 설 마저 안 내려 갈 수가 없네요... 경주에 홀로 계신 부모님을 코로나19가 오래되다 보니 못 뵌지가 너무 오래 됐어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 이양순씨는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모두 경주에 살고 계신다. 거동이 자유로운 친정 부모님과는 달리 시부모님은 두 분다 80이 넘은 고령이어서 명절을 앞두고 걱정이 만만찮다. "5인 이상 집합금지라 하고 많이 모이면 신고하는 파파라치도 있다고 하는데 어쩌겠어요.. 이번 설까지 안 내려가면 두 분 다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실 것 같아요.”

# 전남 영암이 고향인 문수미씨 또한 명절을 앞두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핸드폰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문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직원들이 격일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이 반으로 준 데다가 보너스는 언감생심이다. “죄송하지만 선물만 보내드리고 귀성은 안 하기로 결정했어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선물세트보다는 어르신들이 쉽게 해 드실수 있도록 반 조리 상태로 음식을 만들어 보냈어요.”  가까이서 늘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큰 언니가 있어 한결 마음이 놓이지만 마음 한 구석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이래저래 속이 편치않은 설 명절이다.

# 경기도 고양에 사는 강은주씨는 올해 설 연휴는 명절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매년 지방에 있는 큰 집에서 차례를 지냈지만 올해는 다들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성묘 또한 한 해 미뤘다. 지난해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강씨는 “두 분 모두 국립묘지에 계신데 설 연휴인 11~14일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국립묘지 운영을 일시 중단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해 성묘도 안 가기로 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코로나발 광풍이 설 경기에도 급격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연장한데다 전국의 지자체도 이른바 마음만 고향 방문하기 캠페인 등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어 설 성수품의 소비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충원, 호국원, 민주묘지, 신암선열공원 등 11곳이 설 연휴 기간 출입이 통제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전 예약제도로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어 이래저래 비대면은 이번 설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유례없는 수확철 장마와 봄철 냉해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 쌀과 과일, 채소 가격 강세가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어 설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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