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옛날의 트로트- 노래의 고향을 찾아서

<39> <청춘의 꿈>, <청춘을 돌려다오>, <못난 내 청춘>

(1) 김용대 <청춘의 꿈>

▲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가수겸 작곡가 김용대.

우리 민족의 정서는, 일괄해서 ‘한(恨)’과 ‘흥(興)’으로 얘기 한다. 그 ‘한’과 ‘흥’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흐르는 것이 노래다.
일제시대부터 해방 후까지 흘러넘쳤던 우리 트로트의 양식과 주제 이미지는 거의 모두 눈물과 탄식이었다. 가슴 저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정한, 고향을 멀리두고 그리는 방랑하는 나그네의 서러움이 가득했다.

그러다 해방이 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타고 눈물과 탄식을 새 희망으로 바꿔보려는 건전가요풍, 행진곡풍, 외래 춤곡 스타일의 노래들이 거리거리에 흘러넘쳤다. 눈물을 슬픔을 거두고 새날의 새희망을 노래하자고 한다. 꿈같은, 봄날같은 청춘을 노래하자고 한다.
이때 불린 노래가 4분의 2박자 폴카리듬의 경쾌한 봄노래 <청춘의 꿈>(1947, 김용대 작사·작곡)이다.

 

          <청춘의 꿈>
1. 청춘은 꿈이요 봄은 꿈나라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르자
   진달래가 생긋 웃는 봄
   청춘은 싱글벙글 윙크하는 봄
   가슴은 두근두근 청춘의 봄
   진달래도 개나리도 생긋 웃는 봄
   시냇가의 버들피리 빕 비리비리 비리비
   라라랄라 라라랄라 라라라라랄 라라라 라라라
   라라랄라 랄라라 봄봄
   청춘은 꿈이요 봄은 꿈나라

2. 젊은 피가 춤추는 꿈나라도
   언제나 명랑한 웃음과 노래를
   시냇가엔 물소리도 졸졸
   밝고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 둥실
   노래를 부릅시다 젊은이여
   산들산들 봄바람에 춤을 추는 봄
   시냇가엔 피리소리 빕비리비리 비리비
   라라랄라 라라랄라 라라라라랄 라라라라라라
   라라랄라 랄라라 봄봄
   청춘은 꿈이요 봄은 꿈나라
                        (1947, 김용대 작사·작곡/김용대·원방현·김용만 노래

 

이 노래의 작사·작곡자이면서 노래까지 부른, 말하자면 ‘싱어 송 라이터’인 김용대(金龍大, 1926~1967)는 훤칠한 서양분위기의 미남에 만능 엔터테이너로 일컬어졌던 재주꾼이었다. 이 노래는 세상에 나오고부터 1950년대 내내 인기였다.

김용대가 직접 불렀다고는 하나 음반 제작기록이 없는데다, 음반 취입을 못한 채 그가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 고베에 있던 백두레코드사에서 활동하는 바람에 원방현(1928~2001)이 부른 노래와, <남원의 애수>, <효녀 심청>을 부른 만요가수 김용만(金用萬, 1934~ )이 1960년 엘피(LP)음반으로 취입한 노래로만 전해져 온다. 그로 인해 김용만을 이 노래의 원곡가수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김용대의 본명은 김용팔. 경남 울산강동 출신으로 울산농업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나이 어린 10대 때부터 악극단 황금좌에 입단해 지방 순회공연을 다녔던 막간가수 출신이다. 이때 <처녀뱃사공>, <오동동타령>을 부른 가수 황정자와 함께 극단 생활을 했는데,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황정자와 동거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난영의 오빠 이봉룡이 작곡해 김씨스터즈가 1975년 미국에서 불러 히트시킨 <김치깍두기>를 1963년에 먼저 부른 원창자다. 그런가 하면, 1950년대 후반에 이미 서양풍 음악의 하나인 요들송을 수용, <청춘 실은 꽃마차>(1962)란 노래를 작곡해 부르기도 했다.

그외에도 <즐거운 청춘산맥>, <그대 찾는 탱고>(송민도), <기타소야곡>, <추억의 기타> 등의 그의 노래가 전해온다. 낙수거리 하나 -그는 일본에 가 있는 동안 <나 하나의 사랑>을 부른 유부녀 가수 송민도와 진한 사랑에 빠져 다시 한번 연예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반짝이는 생은 안타깝게도 길지 않았다. “1967년 춘천에서 공연 도중 사망했다.”(친조카 증언)… 이때 그의 나이 불혹을 갓 넘긴 42세였다.

 

(2) 신행일 <청춘을 돌려다오>

▲ 신행일이 부른 <청춘을 돌려다오> 앨범 재킷.

세상에 보다보다 이런 기발한 억지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늙어 황혼길에 있는 낙엽같은 인생이 지나간 자기 청춘을 젊음을 되돌려 달라고 통사정 한다.… 그러나, 지나간 살같은 세월을 그 누구라서 잡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노래는 1967년 김지미 주연의 영화 <이 밤에 잠들게 하라>의 주제가로 당시 신인가수 신행일이 별 꾸밈없이 담백하게 불렀다. 특기할 만한 일은, 이 노래의 작곡자가 저 유명한 <전선야곡>을 부른 가수 신세영(1926~2010)이라는 것.

 

       <청춘을 돌려다오>
 1.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황혼길 인생의 애원이란다
   신문마다 방송마다 약은 많아도
   돈 주고 못사는 게 청춘이드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2.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낙엽진 인생의 고백이란다
   이름 좋고 빛도 좋은 약은 많아도
   사랑엔 청춘만이 전부 아니냐
   청춘아 내청춘아 어딜 갔느냐

            (1967, 월견초(서정권)작사/ 신세영 작곡/신행일 노래)

 

이  노래의 원창가수 신행일(본명 신상희)은, 당시 갓 데뷔한 신인가수로 이 노래 외에 <호남 나그네>, <고향길>, <그 이별>이란 노래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자신의 노래보다는 배호 노래를 워낙 좋아해 배호가 세상을 떠난 후엔 주로 ‘배호 모창가수’로 활동했다. 1990년 이후엔 <신형일이 다시 부른 배호>라는 음반을 내기도 했다.
썩 세련된 창법이랄 수는 없는 데다 투박한 목소리지만, 나름대로 “담백하고 시원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 <청춘을 돌려다오>를 열정적으로 불러 공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나훈아

그러나 이 노래는 나훈아와 현철에 의해 ‘나훈아의 히트넘버’로, ‘현철의 구수한 노래’로 세상에 다시 태어나 가요팬들을 즐겁게 해 줬다. 즉, 1984년 우리나라 트로트계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던 나훈아와 현철이 “함께 부르자!”고 의기투합해 두 사람 특유의 개성 강한 창법으로 세상에 다시 내놓았다. 원창가수가 누구인지를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했다.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연 때 워낙에 특출나게 곡 해석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이 각인돼 있어 나훈아를 이 노래의 원창가수로 착각하기도 한다.

또한 현철은 현철 나름대로 특유의 꺾기 창법에 구수한 노래분위기로 자신의 노래처럼 불러, 따로 그만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팬층이 형성돼 있다.

나훈아와 현철이 나중에 리메이크 해 같은 아세아레코드사에서 취입한 <청춘을 돌려다오>는, 노랫말 지은이가 아세아레코드사 사장이자 <대전 블루스> 작사가인 최치수로 바뀌고, 노래말도 일부 바뀌었다.

 

   ※개사된 <청춘을 돌려다오>
1.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의 애원이란다.
   못다한 그 사랑이 태산같은데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2.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의 애원이란다
   지나간 그 옛날이 어제 같은데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1984, 최치수 작사/ 신세영 작곡 /나훈아·현철 노래)

 

이 노래의 폭넓은 대중적 인기를 말해 주듯 이 노래는 또다른 노래처럼 리메이크 되고, 제목도 달리 해 세상에 나오기도 했다. 1983년 현철의 목소리로 불린 <못난 내 청춘>이 바로 그 노래다.

 

(3) 백야성·현철 <못난 내 청춘>

이 노래의 원창가수는 <잘있거라 부산항>, <아메리카 마도로스>, <항구의 일번지>를 신파조 창법으로 뽑아댔던 백야성(1934~2016).
‘사랑을 빼앗기고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는 사내의 가슴아픈 정한’이 주제인 이 노래는 1962년 세상에 나왔다. 그러니 신행일의 <청춘을 돌려다오>보다 5년 앞서 발표된 것이다.

▲ <못난 내 청춘>으로 인기를 모은 현철

두 곡의 앞부분 리듬과 가사 내용이 유사한 것으로 봐서 어쩌면 <청춘을 돌려다오>가 <못난 내 청춘>을 따서 모작 혹은 표절한 것이 아닌지… 이를 뒷받침 할 만한 구체적 실증사료가 없어 알 길이 없다.
다만, 그 적이고 지금이고 흘러간 세월 속에 묻혀 지나간 청춘을 되찾고 싶은 애달픔이야 사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심정이란 것 만큼은 똑같이 실증시켜주고 있는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들 푸르디 푸르렀던 청춘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지 않으랴….

 

           <못난 내 청춘>
 1.누구를 원망해 이 못난 내 청춘을
   분하게도 너를 잃고 돌아서는 이 발길
   아~야속타 생각을 말자해도
   이렇게 너를 너를 못잊어 운다
   잘있거라 나는 간다
   부디 행복하여라

2. 쓰라린 이별에 사랑도 빼앗기고
   돌아서는 발길 위에 떨어지는 이 눈물
   아~ 무정타 누구를 원망하랴
   이제는 너를너를 찾지 않으마
   잘있거라 나는 간다
   부디 행복하여라
            (1962, 최치수 작사/ 김용만 작곡/백야성, 1983-현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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