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설,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명절로 꼽고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농경사회에서는 달의 움직임을 통해 한 해를 설계하는 의미에서 새로 시작하는 설날과 처음 떠오르는 보름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설날이면 온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떡국 등 맛있는 음식을 나눈 뒤 웃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며 덕담도 나누면서 하루를 즐긴다. 설 명절은 설날부터 시작해서 정월대보름 때까지 이어진다.

정월대보름에는 바람과 비를 다스리는 농사의 신이 땅으로 내려와 인간을 보살핀다고 믿었다. 그래서 음식을 차려놓고 개인과 공동체의 평안과 복을 비는 다채로운 의식과 놀이로 신을 맞이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설 명절이면 마을사람들의 무병장수와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풍물놀이나 윷놀이, 쥐불놀이 등을 즐겼다. 오곡밥에 갖가지 나물반찬, 귀밝이술 마시기, 부럼 깨기 등 지혜로운 음식문화도 남아 있었다.

우리조상은 농경의 고비마다 신이나 조상에게 제물을 바치면서 풍요를 기원했다. 고단한 몸과 마음의 위로를 통해 노동력을 재충전하고, 자연과 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미풍양속을 이젠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좋은 음식을 매일 먹다보니 명절이 기다려질 일이 없다. 연날리기, 쥐불놀이 대신 인터넷 게임이 더 재미있는 젊은이들에겐 ‘밸런타인데이’에 더 관심이 클 것 같다.

올해 설에도 고향 가기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노인들만 집을 지키는 고향, 공동체가 해체돼가는 농촌마을, 온 민족이 함께 지내던 설명절의 세시풍속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아 더욱 아쉽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