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절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사회가 공포와 우울에 갇혀있어서 그렇다. 1년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는 확인자가 매일 300~400명대를 유지하며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면서 출향민들의 고향방문이 여의치 않고, 코로나로 촉발된 경기침체로 대목을 앞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분위기도 예전만 못하다.

연일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국내 가금산업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설 장바구니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2월4일 09:00)까지 전국의 가금농장과 체험농장의 닭과 오리, 관상용 조류에서 80건의 AI가 발생해 25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 됐고, 야생조류에서도 130건 이상 AI가 발생하는 등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계란 수급이 불안정해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급기야 계란을 수입하기에 이르렀다.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 야생멧돼지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 양돈농가와 방역당국, 지자체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더욱이 모두가 즐거워해야 할 명절을 앞두고 걱정과 좌절, 우울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긴 어둠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기에 불안과 상실감은 더하다. 바이러스와의 공존시대를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 정치적, 이념적 논쟁보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헤쳐 나갈 포용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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