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유차영 트로트스토리연구원장

요즘 트로트 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가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맞춰 한국가요계의 최초의 트로트 스토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유차영 트로트스토리연구원장을 만났다. 유 원장으로부터 한국 가요사의 발자취와 함께 한국 트로트의 세계 진출 전망을 알아봤다.
 

트로트는 시대사연과 감성으로 감흥
세련된 무대연출, 음향, 의상 등
종합예술로서 세계화 가능성 커

가요자료 집대성한 책 저술 후
트로트 스토리 칼럼니스트로 데뷔

“저는 1978년 육군 3사관학교에 입교해 2014년까지 37년간 군복무 후 대령으로 예편했습니다. 직업군인으로서 진급이 안 되면 퇴역을 해야 하기에 정년 이후의 삶을 일찍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병영생활은 건조하고 단조롭죠. 그래서 색소폰과 하모니카를 배워 연주하며 트로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며 지냈어요. 그러다가 1988년 가요분야에 직접 뛰어들어 일을 하려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작사, 작곡, 가수, 시대사연, 모티브 등 트로트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수집해 책을 내고, 칼럼을 쓰고, 강연과 방송을 하는 트로트 스토리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어 10년간 발로 뛰며 신문과 잡지, 가요백과사전 등에서 관련 자료를 닥치는 대로 모았어요. 그리고 2000년대부터는 SNS와 포털사이트 등을 검색하며 유행가의 역사와 관련된 콘텐츠와 아이템을 모았어요.”

그는 밤잠을 줄여가며 모은 자료를 정리해 2014년 ‘한국 대중가요 100년사’란 책을 펴냈다. 2017년엔 ‘유행가가 품은 역사, 한국대중가요 100년’이라는 책을, 그리고 2019년 ‘유행가에 얽힌 사연, 한국대중가요 100년’이란 책까지 세 권을 펴냈다. 이 세 권의 책은 한국대중가요 100년사를 집대성한 사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20년 TV 방영 이후 지금까지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스터트롯 얘기를 중심으로 한 ‘트로트 열풍, 남인수에서 임영웅까지’이란 책을 펴냈다. 이어 ‘곡예사의 첫사랑, 미스·미스터트롯 팬덤히트 100곡’이란 책도 내는 등 대중음악을 주제로 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유 원장은 책 저술뿐만 아니라 10여 년에 걸쳐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고, ‘유차영의 트로트 스토리 TV’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그리고 탤런트 겸 가수인 김성환씨와 매일 농업방송인 NBS의 ‘그 시절 그 노래’란 프로그램에도 출연 중이다. 이 프로에서 두 곡의 노래를 소개하는데, 노래를 부른 가수가 직접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트로트의 인기는 시대 사연과
감성 파고드는 가사와 멜로디의 영향

유 원장은 우리의 대중가요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시대 사연과 국민 감성을 파고드는 가사와 멜로디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대중가요는 1920년부터 시작됐는데, 2020년까지의 한국가요 100년을 10년 단위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애창곡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1921년 ‘희망가’, 1926년 ‘사의찬미’, 1928년 ‘황성옛터’, 1936년 ‘목포의 눈물’ 등이 당시 엄청난 히트를 쳤습니다. 이들 노래에는 원래 일제의 핍박에 저항하는 가사가 담겼었는데, 일제의 압력으로 가사를 바꾸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1946년 이인권이 부른 ‘귀국선’은 해방의 기쁨을 그린 노래인데, 이 노래 이후 근대와 현대로 갈리는 혼란한 시점인 1945~1947년 사이의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가거라 38선’ 한국전쟁 땐  ‘전우야 잘자라’, 그리고 흥남철수 피난민의 애환을 담은 ‘굳세어라 금순아’ 등이 인기를 끌었고, 1960년대 이미자는 ‘동백아가씨’를 발표했는데, LP판이 100만장 이상 팔리며 대히트해 국민가수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1980년엔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계기로 ‘잃어버린 30년’ 등이 인기를 얻었는데, 시대 사연과 국민의 감성을 품은 노래였었죠. 1990년대 전통가요가 부활하는 시대였습니다.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에 이어 2000년대 장윤정의 ‘어머나’, 나훈아의 ‘고장 난 벽시계’, 2013년 조용필의 ‘바운스’, 빌보드차트 2위에 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었죠.”

종합예술로 승화된 트로트 공연
세계진출 가능성 충분해

한편, 2019년 ‘미스트롯’에 이어 2020년 미스터트롯‘이란 제목의 TV 오디션프로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 대중가요 100년사에 최대의 열풍을 일으켰다. 이 같은 가요 열풍이 한국 트로트의 세계 진출로 이어질지 그 가능성을 유 원장에게 들어봤다.
“우리의 트로트도 글로벌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첫째, 서양음악은 청취자들이 작곡자가 만든 선율에 주로 감흥을 느낍니다. 반면 한국의 트로트는 5선지에 걸쳐진 멜로디에 시대 사연과 감성어린 가사가 물려있어 쉽게 감흥을 줍니다.

작사가와 작곡가, 가수는 창조자입니다. 청중은 노래를 듣고 부르는 소비자지요. 그래서 트로트는 창작자와 청중이 노래의 주인입니다. 즉 작사, 작곡, 시대사연, 모티브 등이 공연을 통해 창조와 소비자가 동시에 만나게 됩니다. 최근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를 통해 우리의 세련된 무대연출, 음향, 조명, 장치, 의상, 무대스크린기술 등이 세계를 압도하는 종합예술품으로서 크게 각광을 받을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트로트 공연팀이 미국이나 일본, 중국, 독일 등에 나가 있는 750만 교민들과 함께 하면 트로트 인기는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트로트 세계화에 정부도 나서야
유 원장은 트로트 해외공연을 위한 준비사항에 조언했다.
“우선, 한국 대중가요를 연구하는 정부 산하의 독립기관 설립을 서둘러야 합니다. 아울러 가요계와 방송국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마니아가 많이 나와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저는 트로트의 역사와 그 밖에 가요 발전의 여러 요소와 얘기들을 수집하고 입체화시켜 이를 알리는 일을 하는 국내 최초의 트로트 칼럼니스트가 됐습니다.”

끝으로 유 원장은 이런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작사·작곡자들은 우리 민족의 애환이나 역사가 녹아있는 노래를 많이 만들어 국민들에게 애향과 애국의 심성을 고취시켜 주길 바랍니다. 독자들도 흥겨운 노래를 머릿속에서만 발산하려 하지 말고 노래가 지닌 의미와 감성을 가슴으로 가져와 감상하길 바랍니다. 노래가 민족의 역사를 품은 가치 있는 아이템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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