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야 청년농 – 영암새댁 조나래 씨

전남 영암에서 무화과 농사를 짓는 조나래(35) 씨는 강원도 홍천이 고향이다.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고, 국내에서 무화과가 생산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그가 8000평 규모의 밭에서 영암의 특산물을 기르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온라인 마케팅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탄탄가도’

무화과 주산지 ‘영암’ 알리려 상호명도 ‘영암새댁’

▲ 조나래씨는 간호사를 하다 영암으로 귀농한 뒤 무화과 농사를 짓고 있다.

하루하루가 긴장이었던 병원
무화과 농사를 짓기 전, 조 씨는 목포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어요.” 평생 강원도에서 살았지만 조 씨는 목포 가톨릭대학 간호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먼 발걸음을 했고, 타지생활이 조금씩 적응이 돼갈 무렵 간호사가 됐다. 병원 일은 삼교대 근무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그 기강이 엄격하고 철두철미했다.
“중환자실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항상 알람 소리가 들려요. 약 넣는 시간, 환자 체크하는 시간 또한 수시로 확인해야 돼서 항상 시계를 맞춰야 하고요.”
의사소통 과정 또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소통하는데 있어서도 절대 실수를 용납하지 않죠. 그러다 보니 긴장 속에서 사는 나날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왔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한계가 찾아왔다. “바빠서 육아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이럴거면 왜 돈을 버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그야말로 새댁이었다. 그렇게 조 씨는 남편과 상의 끝에 남편의 고향인 영암으로 내려가 함께 농사짓기로 결심한다.

절실하니 되더라…
농협에 다니던 남편 또한 많은 업무량에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다. 부부가 젊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짓기로 결정하기까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부모님이 영암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어서 한결 맘이 놓였어요. 남편과는 고심 끝에 당시 고소득작물로 급부상하던 무화과를 재배하기로 결정했고요.”

처음엔 2400평으로 시작했다. 공판장에 넘길 때도 농사의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소매로라도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온라인 스토어 팜, 블로그 등을 열심히 관리하고 판매를 시작했어요.”
둘 다 직장을 그만둔 상태로 육아까지 병행하다 보니 수익이 절실했다.
“정말 이땐 절실했어요. 농사를 시작한 당시 수익이 나지 않아 남편이 우유배달까지 나갈 정도였으니까요. 저 또한 농산물 마케팅 등에 대해 배우면서 할 시간이 없었어요. 눈대중으로 저 혼자 공부해서 했어요. 절실하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조 씨 부부는 규모를 8000평까지 키워나갔다.
“처음에 대출받은 거 갚으랴, 자리잡으랴 힘들었지만 지금은 직장생활 할 때보다 마음이 훨씬 평화로워요. 물론 농사도 힘들지만 비교적 자유로워 압박감이 덜하고,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보낼 시간도 많아지고요. 또 월급을 받다보면 수익에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농업은 본인이 발로 뛰면 얼마든지 지원정책 등으로 기회를 잡아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새댁은 아니지만…
영암새댁이라는 상호가 궁금했다. 남편과 함께 귀농해 농사짓기로 했음에도 조 씨가 대표를 맡게 된 이유도.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남편이 생산하고 제가 자연스럽게 웹페이지 제작, 고객 응대 마케팅 업무를 맡다 보니까 절로 마케팅을 하게 된 것이고요. 그걸로 지금까지도 가끔 다퉈요.”(웃음)
특히 상호명에 꼭 지역명을 넣고 싶었다고.
“무화과라고 하면 주산지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전남 영암은 이제 무화과 노지재배도 가능할 정도로 날씨 등이 최적화돼 있고 생산량도 많거든요. 그래서 꼭 지역명을 넣고 싶었어요.”

조 씨는 현재 농사 말고도 지역의 청년창업농과 활발한 교류를 한다. 청년농업창업과 관련해 강의를 나가고 전남청년협동유통조합에서 지역농가와 소통에도 열심이다.“청창농 교육을 가도 80% 가량이 남성분들이에요. 이러한 환경에서 여성농업인들이 자리잡기 쉽지는 않을 테지만 이 희소한 수치가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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