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 - 청탁금지법·코로나19·한파로 삼중고 겪는 화훼농가

절화장미 가격, 코로나 이전보다 반 토막

▲ 화훼농가들이 삼중고를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꺾이고
코로나로 계절특수 실종
엄동에 꽃마저 ‘꽁꽁’

코로나19로 집합·모임 등이 제한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화훼농가를 찾았다. 특히 1~2월은 관공서 인사이동, 입학, 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몰려있어 이 시기 화훼농가에서는 생산의 절반가량을 늘리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 학교마다 졸업식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행사들이 간소화되면서 화훼농가들은 꽃 생산량을 늘리기는커녕 울며 겨자먹기로 채화하고 있었다.

소비운동 뿐 직접적인 지원책 없어
경기도 고양시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이금남 씨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졸업식 특수를 누리지 못해 망연자실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장미 수요량이 급증하는 시기이지만 코로나19로 수요는 없고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장미가격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장미값이 반값이다”고 토로했다.
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aT화훼공판장의 장미 한 단 가격은 4071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같은 시기 가격 9157원과 비교했을 때 반 토막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운송 등에 차질을 겪어 꽃 수출·입이 줄어들면서 물량이 전부 내수시장으로 몰리는 것 또한 화훼시장의 어려움이 심화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씨는 계속 피는 장미를 그냥 둘 수 없어 수확해 출하하고 있지만 이미 적자를 예상한다. 특히 올 겨울은 극심한 한파로 온실 난방비용 부담 또한 늘었다. 이 씨는 “올해 겨울 워낙 추워 난방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며 “온실 유지비용도안 나올 것”이라고 한탄했다.

거래량 또한 대폭 줄었다. 지난해 연말인 2020년 12월 부산화훼 공판장의 장미 거래량은 3만 5천 속으로, 2019년 12월 한 달간 거래량인 5만 속과 비교했을 때 15%가량 감소했다.
이 씨는 “2년째 화훼농가가 이러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차 파동 당시 소비운동만 펼쳐질 뿐 농가에는 아무런 지원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소비촉진 운동에 그치지 말고 농가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유찰된 꽃 직접 폐기 하기도
장미, 국화 등 절화류 재배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은 경남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11일 김해의 영남화훼공판장에서는 경남지역 화훼농가 농민들이 주로 화환에 쓰이는 ‘거베라’ 800단을 불태우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부산지역 공판장에서 또한 유찰된 거베라 꽃을 농민들이 폐기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 되자 경남, 강원, 충청 등 일부 지자체에서 화훼농가돕기 일환으로 꽃소비 촉진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경남도는 올해 2천700여 개의 꽃바구니와 화분을 사고 소비촉진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충남도는 도내에서 생산하는 국화 프리지아 등의 시세가 20~50% 가량 하락하자 꽃바구니 선물하기 추진 등으로 화훼류 소비를 활성화하고 유명 온라인 쇼핑몰 입점 등새로운 시장개척에도 지원한다.
84ha, 270여 농가가 화훼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의 경우 화훼농가 천장환기시설 개보수 지원, 다겹 보온커튼 설치 등을 비롯해 화훼농가의 경영안정을 돕기 위해 41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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