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농촌여성, 디지털 완전정복(디지털농업에 도전장 낸 경기도 시흥 ‘정성담은 표고마루’ 유순이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을 주축으로 하는 스마트농업은 농업의 고도화와 고령화에 대응하면서 신규농업인 육성과 비대면이 주도하는 현실에서 대세로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스마트팜의 보급과 확산을 추진하면서 있어 농업의 디지털화는 일부 대농과 청년농업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여성농업인과 중소농에게 적합한 스마트농업을 각각의 품목에 적용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본지는 디지털농업을 구현하고 있는 전국의 여성농업인을 만나본다.

▲ 유순이 대표는 스마트팜 도입으로 버섯 등 작목 확충 이외에도 복합문화공간인 버섯랜드를 꿈꾸고 있다.

스마트팜 대중화되며 비용은 낮아지고 서비스 종류 다양해져
날씨정보·복합환경제어 시스템·시세정보 등은 농사에 큰 도움
노동력 줄이고 생산성 높이는 2세대 스마트팜으로 복합문화공간 꿈꿔

평범한 주부에서 대표로 변신
시시때때로 변하는 기상여건은 더 이상 경험에 근거한 농업인들의 판단으로만 농사를 지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도움으로 농사를 지으며 재배·생산·유통의 과학적 접근은 경험이 부족한 신규농업인과 체력이 열세인 여성에겐 더욱 필요한 존재다. 경기도 시흥에서 버섯농사를 지은 지 갓 3년이 넘은 유순이 대표(50)도 스마트농업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다.

“25년 동안 주부로만 살아왔어요. 텃밭을 소일거리 삼아 일하다 버섯재배에 도전하게 됐죠. 처음엔 산림조합에서 교육을 받았고, 당시 멘토로부터 하우스를 교육생 4명과 함께 임대받아 시작하게 됐죠.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때마다 기관과 농업교육포털 등에서 교육을 받으며 한단계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지금은 표고버섯과 노루궁뎅이버섯, 목이버섯 등을 재배하고 있는 유순이 대표. 농사초보라서 때론 여성이란 이유로 물음표를 달던 시선을 이겨내기 위해 후계농 신청과 전국각지를 돌며 필요한 자격증 취득에 몰두한 유순이 대표는 불과 3년이란 짧은 시간에 내실있는 농장을 꾸리게 됐다.

3차 신도시사업이 추진되는 시흥시 거모동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 버섯 등의 수요가 많아 판로는 의외로 수월했다. 거기다 무농약 인증과 GAP 인증을 획득해 안산과 부천의 로컬푸드매장에도 납품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난관은 있었다. 거의 혼자 농장을 운영하다 보니 하루 24시간을 농장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느닷없이 찾아온 기상이변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손해를 본 경험도 많았다.

“몇년 전, 네덜란드로 선진농업 연수를 갈 기회가 있었어요. 근데 한국에 태풍이 들이닥쳤단 소식을 듣고, 이웃에게 농장관리를 부탁했는데 결국엔 버섯을 죄다 폐기해야 했어요. 그때 스마트팜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농업인도 사람인데 언제까지 24시간 365일 농장에 매여있을 수 없고, 사람답게 살면서 생산도 훨씬 늘어날 거란 확신을 했어요.”

▲ 유순이 대표가 사용하는 스마트팜 앱 화면

스마트팜은 그동안 딸기·파프리카·오이·토마토 등 일부 대단위 시설원예에만 국한해 성장했지만 차츰 다양한 품목과 중소농에게도 적합한 서비스가 가능할 정도로 대중화가 어느 정도 이뤄져왔다. 좀 더 편하게 농사짓는 것을 목표로 원격 시설제어가 주였던 1세대 스마트팜이 적은 투입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도록 정밀 생육관리가 가능한 2세대 스마트팜으로 진화하면서 도입에 긍정적인 농업인들도 늘어났다. 스마트팜이 흔치 않은 버섯농사를 짓고 있는 유순이 대표도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단 사실을 확인하고 도전에 나섰다.

노동 줄이고 생산성은 높인다
하지만 유 대표도 고민이 컸다. 바로 비용 때문이었다. 처음엔 수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여기고 엄두도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팜 대중화가 빨라지면서 예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스마트팜 구현이 가능했다.

“600평 규모의 연동하우스를 새로 짓고 있어요. 저렴한 비용 때문에 가능했죠. 버섯도 약용부와 식용부로 나눠 7종류를 재배하고, 거기다 샤인머스캣과 청경채, 부추, 아스파라거스 등을 재배해 밀키트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늘어난 작물 이외에도 원예치료사와 버섯재배에 관한 강사로 나설 계획도 갖고 있는 유순이 대표는 더더욱 스마트팜이 필요했다. 버섯은 온·습도에 특히 민감한 품목이다. 물 주는 것도 분무식으로 줘야 하기 때문에 관수 자동제어와 빅데이터로 축적된 생육정보 소프트웨어가 가능한 스마트팜은 더 적은 노동의 투입과 더 많은 생산성을 가능케 했다.

유 대표가 이용하고 있는 스마트팜 소프트웨어는 작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밀한 날씨정보와 복합 환경제어시스템은 물론이고 상품과 입출고 관리 등의 재고관리시스템, 실시간 시세정보와 판매신청이 가능한 농산물 거래소가 합쳐져 있다. 손쉬운 관리와 안정적 판로로 소득향상도 가능하단 뜻이다. 거기다 다양한 정부지원사업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을 뿐 아니라 농자재 상점도 있어 발품을 안 팔아도 되는 건 홀로 농장을 운영하는 유순이 대표 입장에서 큰 도움이다.

▲ 2019년 스마트팜 도입에 따른 성과조사(출처:농림축산식품부)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팜을 도입한 150개 농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31.1% 증가했고, 소득은 28.6% 늘어났으며, 자가노동시간은 5.3% 감소했다. 스마트팜 참여농가들이 만족하는 요인은 영농편리성, 삶의 질 변화, 생산성 증대, 노동의 질 변화, 품질 향상, 투입비용 절감의 순으로 나타났고, 다른 농가에 추천 의향과 시설확대 의향은 5.70~5.75점(7점 만점)으로 상당히 높게 조사됐다. 다만 스마트팜을 도입하면 에너지비용이 늘 수밖에 없는데 유 대표는 태양광시설을 설치해 에너지자립형으로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스마트팜 덕분에 체력열세를 극복하고, 줄어든 노동시간으로 워라밸이 가능해지면서 유순이 대표는 새로운 꿈을 현실화하는데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버섯 등 다양한 작목과 황토길, 식용꽃길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인 이른바 ‘버섯랜드’를 꿈꾸고 있어요. 이곳이 미래지향적인 농업의 가치와 쉽게 농업을 접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공간이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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