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지구를 살리는 올바른 축산①

농업과 축산의 자원순환을
60대 연구과제로 삼았다.
지금이 나에게 가장 젊은 날...농업과 축산의 자원순환을
60대 연구과제로 삼았다.
지금이 나에게 가장 젊은 날...

▲ 이덕배 전북대 동물자원학과 객원교수/전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과장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소설은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과 함께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 후 개과천선(改過遷善)하는 이야기이다. 스크루지는 자신의 장례식에 조문객 하나도 없는 모습이 가장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그런 살핌의 결과,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에 새사람으로 태어난다.

나는 2019년 말 공로연수를 신청했다. 공직사회에서 공로연수라는 용어가 쉽게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용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지난날을 살펴보며 앞날을 그려보기로 했다.

1986년 농촌진흥청 호남작물시험장에서 맡은 첫 연구는 김제 신개간지에서의 옥수수 재배시험이었다. 1m짜리 대나무 자를 두 개 묶어 옥수수의 키를 재다가, 옥수수 수술에서 떨어지는 약(約)과 꽃가루를 뒤집어쓴 적도 있다. 연구실로 돌아와 데이터를 정리하니 반복 간에 20~30㎝ 이상 차이가 발견됐다. 포장에서의 관찰과는 다른 결과였다. 위에 묶인 대나무 자가 점차 흘러내려왔겠다는 생각에 이를 유념하며 다시 측정해 유용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자료정리를 제때 하니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일생의 교훈을 배웠다.

30대는 축산오수 자연정화 연구, 인공제올라이트 합성과 악취 저감 퇴비 생산 연구 등 지식을 기르는 시기였다. 40대는 새들에게 농경지의 가치 평가, 온난화에 의한 농작물 재배지 북상 지도, 갈색여치의 생태적 방제에 일조하면서 시사점 도출도 할 수 있었다. 50대에는 탄소 성적 산정, 농산물 인증제도에서 전자 비료사용처방서 활용, 대표 필지 토양검정을 활용한 지역단위 토양개량제 공급 등 정책을 지원하는 기술연구를 즐겼다.

그간의 생활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게 참 많았다. 그런데 내가 보답한 건 턱없어 보였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농업과 농촌의 환경은 농작물 생산환경과 축산물 생산환경에 의해 주로 지배를 받기에 농산부산물과 축산부산물의 처리가 농촌다움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핵심요소다. 농지에 뿌려진 비료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듯이, 가축에게 급여된 사료가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축분뇨가 넘쳐나는 우리나라에 수입산 유기질 비료가 판을 치고 있다. 농축순환을 이야기하면서도 농업과 축산 간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2020년 9월부터 전북대학교에서 가금학 교수, 축산 컨설턴트, 대학원생 등과 농축순환의 길에 대해 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다. 축산법과 가축분뇨법을 살펴보면서 문제점도 찾고, 가축분 퇴비와 액비 사용에서의 걸림돌과 디딤돌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 과정에서 올해 전북대 동물자원학과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한다. 나는 농업과 축산의 자원순환을 60대 연구과제로 삼았다. 60대인 내게 오늘은 지난날을 돌아보면 가장 많은 나이지만, 미래를 보면 가장 젊은 나이다. 80대의 나는 60대의 나에게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읽어줄 것이다. 희망찬 신축년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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