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흉흉하고 삶이 고달플수록 사람들은 한해의 운수를 점쳐보고 길흉화복에 대비하는 풍습이 성행했다. 토정비결은 조선 선조 때의 학자 이지함이 쓴 일종의 ‘예언서’로 1990년대에는 ‘소설 토정비결’이 나와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다.

토정비결은 자신이 태어난 해(年)와 달(月), 날(日),시(時)간을 기본으로 144괘로 구성돼 있다. 1년의 신수를 8괘 즉, 하늘, 땅, 불, 물, 산, 못, 바람, 천둥 등을 사람의 운명과 연관 지어 한 해와 매달의 운세를 엿볼 수 있다.

‘이달에는 구설수가 있으니 입을 조심하라’ 등 이런 구설수(口舌數)가 제일 많다. 예나 지금이나 말 한마디 잘못해서 패가망신 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요즘 같으면 허위사실유포죄, 성희롱죄 등이 이에 해당될 것 같다. 두 번째로 관재수(官災數)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관가에 들어 가지마라 손해가 가히 두렵다’ 등 언제나 관에 억눌려 살아온 백성이 관(官)의 잘못으로 질병, 화재 등 재난을 당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사람(친구)으로부터 받는 피해다. ‘목금(木金) 성을 가진 사람을 조심하라’ 등의 말이 그것이다.

우리 민족은 자연의 섭리에는 잘 순응해 왔지만 사람관계에서 권력과 물욕에 눈먼 나머지 갈등과 불신으로 원만한 공동체 생활에 실패했던 것 같다. 말을 조심해라, 관가를 조심하라, 인간(친구)을 조심하라는 등의 토정의 말은 미신이 아닌 확률을 이용한 과학일지 모른다. 2021년은 신성한 기운을 지녔다는 흰 소의 해다. 은근과 끈기의 상징인 소처럼 건강하게 코로나 위기를 잘 넘기고 입춘대길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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