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농촌여성 디지털생활 완전정복 : 온택트시대 농촌여성 디지털 문맹 심각

  기차표 예매를 위해 긴 줄을 서는 대신 앱을 통해 티켓을 발권하고 모바일뱅킹으로 송금을 하는 등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바꿔놨지만 빠르게 변화해 가는 디지털 속도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 스마트 뱅킹의 유리함이 아무리 많아도 대부분의 고령 농촌여성들은 직접 은행 창구를 찾는다.

“은행일을 핸드폰으로 한다구? 은행이 편해. 농협 가면 다 알아서 해 주는데 뭐... 지난 번에도 은행에서 뭔 앱인가 뭔가 깔으라고 하는데 혹시나 버튼 하나 잘 못 눌러서 내 돈 다 날아가면 어떻게 해. 난 무서워서 그냥 농협에 직접 가서 거래해.”  충북 영동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짓고 있는 정옥임(70)씨는 걸어서 영동농협 용산지점을 수시로 찾는다. 눈이 오는 날은 고개에 눈이 쌓여 버스가 끊겨 은행에 가기 여의치 않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불편함을 감수한다.

스마트기기나 무인기기 등에 적응하기 어려운 고령의 농촌여성들은 각종 사회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9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어민·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 대비 64.3%로 일반인 대비 디지털 정보화 종합 수준이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요즘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 기차역 등 곳곳에서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 전달 시스템인 무인단말기)를 통해 주문을 하거나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또한,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전자상거래를 통해 편리하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와 전자상거래에 익숙하지 않으면 불편함은 상대적으로 가중된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디지털 소외로 이어진다.

열악한 디지털 인프라
키오스크(무인단말기)가 발달돼 편리한 부분도 있지만 디지털기기에 취약한 계층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 특히 기기조작이 어려울뿐더러 영문 등 익숙하지 않는 용어나 초성검색 등 조작방식에 익숙하지 못해 키오스크 앞에 오래 있으면 기다리는 젊은 사람들이 짜증나기 일쑤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겪는 고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명절연휴 KTX 좌석은 이미 온라인으로 젊은이들이 선점한다. 코로나19에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때문에 답답하기는 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디지털 능숙자들은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서비스로 세상과 여전히 소통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디지털 인프라의 농촌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동동 거려야만 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문맹’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찾지도 잘 이용하지도 못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다는 것은 현대생활을 살아가는데 큰 약점이다. 정보화로 사회가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문해라는 영역이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쓰는 것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 활용법’ ‘무인기기 사용법’ 등 새로이 등장한 디지털기기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돕는 21세기 생활밀착형 ‘디지털 문해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생활개선영동군연합회 최미경 회장도 “우리 지역은 60가구 정도가 산다.대부분 고령농들이고 컴퓨터 보급이 많지 않아서 인터넷 통신이 원활하지 않다. 접속이 잘 안 된다”며 열악한 농촌의 디지털 실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요즘같은 비대면 시대에 농업기술센터에서 비대면으로 영농교육을 한다고 해도 컴퓨터와 친하지 않다 보니 속 터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보다는 그냥 센터를 찾아서 담당자에게 물어보는 게 편하다.

편리한 서비스도 그림의 떡

▲ 비대면의 시대.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영농기술을 이제는 온라인으로 만나 볼 수 있지만 바쁜 영농철엔 참여가 쉽지 않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비대면 시대를 앞당기고 있지만 디지털 기기나 장비를 활용한 온택트 시대에 농촌여성들은 각종 서비스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농촌의 특성상 컴퓨터와 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하우스에 들어가서 일하다 보면 휴대폰 쳐다볼 시간도 없다. 농번기에는 새벽부터 헤드랜턴까지 켜가며 일하다 보면 카톡에 답장 할 시간도 없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유튜브로 올리는 영농관련 영상만 일하며 틀어놓고 듣는데 그도 여기저기 이동하다 보면 여의치 않다”고 말한다.

온라인 주문과 판매, 열차표 구매, 키오스크 주문 등 도심에서 편리하게 이뤄지는 서비스들이 농촌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디지털 환경이 낙후돼 있고 디지털에 친근하지 않은 농촌의 여성들은 여전히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는다. 특히 스마트뱅킹에 익숙하지 않는 농촌은 여전히 모바일 금융의 사각지대다.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 모두 감수해야
전남 나주 남평농협의 이지현 차장은 “은행들이 우대금리나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인터넷뱅킹 가입자에게 집중하면서, 농촌의 어르신들은 혜택도 못 받고 수수료는 더 내고 있다”며 “디지털 환경, 특히나 금융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되는것은 물론 불편함과 경제적인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창구에서 송금하면 수수료가 최대 3천 원, 이때 실물 카드나 통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재발급 받으려면 2천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환전이나 해외송금, 펀드 같은 금융상품 가입 역시 인터넷뱅킹보다 불리하다. 은행 입장에선 인터넷뱅킹 같은 비대면 거래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혜택을 늘리는 건데, 당장 스마트폰 사용조차 익숙지 않은 고령층엔 남의 얘기다.

“앱을 깔아드리려고 스마트폰을 달라고 하면 버럭 화를 내시는 경우도 있어요. 오랜 기간 창구거래가 습관이 돼서인지 아무리 편리함을 설명해 드려도 시도하려 하지 않고 결국은 대부분 다시 은행창구를 찾으시죠”

초고령화로 인해 디지털금융 소외는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당국은 고령층 취약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디지털서비스가 발달하며 늘어날 새로운 형태의 민원에 있어서도 적절한 처리와 배상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금융과 행복 네트워크’ 정운영 의장은 “이런 세대 간의 디지털 격차는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며 “고령자 전용 상품은 수수료를 줄이고 사용이 쉬운 고령자 전용 앱을 개발하는 등 금융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은행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로 인해 벌어지는 격차를 줄이고 세대 간 소통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대면 서비스가 또 하나의 벽으로 느껴져
충북 음성의 양정숙(50) 씨는 젊은 여성 농부지만 여전히 코로나19시대의 온라인 유통이나 원격 영농교육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엔 소외를 느낀다고 한다.

“주변의 귀농인들은 정보화에 최적화 돼 있다 보니 상품 포장에서부터 배송에 이르기까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는데 비해 디지털 역량이 떨어져 선진농가를 직접 찾아가서 기술 전수를 받는 내 경우엔 자꾸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 때 가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사에 치여 온라인이나 SNS를 활용한 각종 영농교육 참여자체가 힘들다보니 비대면 서비스가 또 다른 영농의 장벽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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