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 - 3

가장 춥다는 1월의 중순인데 웬 까치 한 마리가 삭정이를 입에 물고 감나무 위로 날아서 어디론가 간다. 알을 낳아 새끼를 칠 집을 새로 짓거나 수리를 하는 모양이다. 영물로 여기는 까치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올겨울은 평년과 같아서 한강 물도 제때에 얼었다고 하지 않는가. 아마도 까치는 지난 20여 년 동안 포근한 겨울과 일찍 오는 봄에 길이 들었나보다.


일찍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지구온난화가 농사에 이러 저러한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 때는 농업전문가조차도 ‘설마’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그로부터 불과 20여 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 예상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겨울부터 이른바 ‘포근한 겨울’ 또는 ‘춥지 않은 겨울’ 로 들어섰다. 그런데 겨울철에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농사철 날씨에도 그에 못지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국립농업과학원에서 1988년을 온난화의 분기점으로 잡고, 온난화 이전(1969~1987)과 온난화 이후(1988~2006)의 날씨를 비교하여 농사날씨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밝힌 바 있다.


지구온난화는 과수 또는 월동작물의 재배가능기간(5도 이상 지속기간)을 평균 9일 늘어나게 하였다. 즉, 온난화 이전보다 봄이 5일 일찍 오고 겨울은 3일 늦게 온다.
한편 여름작물(벼 콩 옥수수 고추)의 재배가능기간(10도 이상 지속기간)은 평균 4일이 늘어났는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 수원 청주 대전 같은 지역은 10일이나 늘어났지만, 제천 금산 임실 같이 평야지가 아닌 곳은 오히려 이틀 또는 나흘이 줄어들기도 했다. 이와 같이 지구온난화는 곳에 따라서 각기 다른 날씨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어쨌거나 얼핏 보기에는 온난화 이전보다 농사철에 여유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몰고 온 ①흐리고 비오는 날의 증가, ②잦은 태풍, ③가뭄과 홍수의 연이은 피해 등 농사에 불리한 날씨가 더욱 걱정스럽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