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특집 – 소띠해, 소띠 여성농업인이 뛴다

▲ 사랑하는 남편과 농촌에서 사는 삶이 언제나 즐거운 모여신 부부. 궁합도 보지 않는다는 4살 차이 남편은 오빠 친구였다고~ 충남 서산시 고북면의 자타공인 잉꼬부부다.

소는 영리한 동물

“소띠라서 그런가. 늘 일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시집와서 시부모 모시고 세 자녀 키우다 보니 늘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바삐 움직였던 것 같아요. 소처럼 일하는 게 체질이었는지, 힘든 줄도 모르고 보냈네요.(웃음)”

충남 서산 고북면생활개선회 모영신 회원은 1973년생 소띠다. 소처럼 커다란 눈망울의 모 씨는 서산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우직하게 서산을 지키며 지금껏 살고 있다.

“남편이 오빠 친구였어요.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결혼하긴 했는데, 그래도 오빠가 남편을 맘에 들어 해 결혼에 많은 도움을 줬죠. 남들은 어떻게 젊은 나이부터 시골에 살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하는데 한 해 한 해 조금씩 발전하는 농촌의 삶이 좋더라고요.”

한 번도 시골에 사는 생활을 후회한 적이 없다는 모영신 회원은 남편과 함께 벼농사와 화훼농사를 하면서 소도 키우고 있다. 지난 해 소를 잘 키워 20여 마리를 팔았고 지금은 우사에서 20마리 정도의 소를 키우고 있는데 앞으로 200마리 정도까지 규모를 늘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소가 우직해 보여도 매우 영리한 동물이더라고요. 남편이 주로 사료를 아침저녁으로 주니까 저보다는 남편을 더 따릅니다. 남편 발자국 소리엔 반응하면서도 저한텐 시큰둥한 걸 보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사랑을 줘야 하는 것 같아요.”

소띠 해를 맞아서 자신도 소띠이다 보니 올해는 새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른 모영신 회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고북면생활개선회에 가입했다. 그동안은 시부모님 봉양과 세 자녀 양육에 눈코뜰새가 없이 지나온 세월이었다. 지금은 두 자녀들도 훌륭하게 잘 자라고 큰 아이는 명문대에 들어가고 생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여유가 생겼다.

우리는 평등부부
“보통은 자식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반대하는데, 전 그렇지 않아요. 농업에서도 얼마든지 미래를 찾을 수 있고 전통의 가치가 살아있는 농촌이 전 편안해요. 만일 아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농사를 이어나가겠다고 하면 흔쾌히 승낙할 거에요.”

모영신 회원이 이런 마음을 갖게 된 데는 얼마 전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사랑이 컸다. 직접 술을 담가서 드릴 정도로 극진히 시아버지를 모셨던 모 회원은 물론 부모님을 모실 때 매 끼니를 챙겨드리고, 낮에도 잠시 쉴 틈이 없이 움직이느라 힘들었지만 마음 만은 평안했다고 한다.

“사람 좋아하고 철없었던 막내아들인 남편도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론 철이 든 것 같아요. 벼농사도 열심히 하고 화훼의 소재로 쓰이는 유칼립스 하우스를 1700 평 정도 하느라 힘이 들텐데도 늘 성실히 하는 걸 보면 말이에요.”

특히 모영신 회원은 근래에 화훼경매에서 나오는 수익은 본인의 통장으로 입금 받고 있어서 농사짓는 보람을 배로 느끼고 있다. 화훼공판장의 코드번호를 남편과 각각 따로 받아서 자동으로 경매장의 수익이 본인의 통장으로 입금되고 있다고.

“이제 농촌도 부부지간에 진정한 파트너십이 필요할 때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 저희를 잉꼬부부라고 말하는데 그래도 경제적으로 나만의 독립통장이 있으니 그게 또 힘든 농사일을 견디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모영신씨는 앞으로 이런 문화가 농촌에 뿌리 내려야 다들 농촌생활을 기피하지 않고 좀 더 젊은 농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농업인이 행복해야 앞으로 농촌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을 몸소 깨닫는다고. 생활개선회에서는 가족경영협약을 맺고 농촌의 평등한 부부의 삶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모영신 회원 부부는 이미 이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새내기 생활개선회원
2020년에 처음으로 가입한 고북면생활개선회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농촌생활에 활기를 준다. 교육을 받으며 발전할 수 있는 생활개선회에 진작 가입할 껄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단다. 고북면생활개선회를 이끌고 있는 엄교순 회장과는 둘도 없이 친한 사이가 됐고, 농촌의 선배 여성농업인인 엄 회장에게 실질적인 많은 정보와 도움을 얻고 있다.

엄교순 고북면생활개선회장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서 모영신 회원 같은 젊은 여성농업인이 생활개선회에 가입해 활력을 주고있어요”라며 “서산이 요즘 귀농인들에겐 핫한 지역인가 봐요. 다른 지역은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서 마을의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고북면은 지리적으로 도시와 그리 멀지 않아서인지 차츰 귀농인들이 늘어나고 있어요”라고 덧붙인다.

젊은 회원들의 가입을 위해서 귀농인들에게도 생활개선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고북면생활개선회는 젊은 회원의 가입이 점점 늘고 서산시연합회의 행사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해 단체가 활성화되고 있다.

새내기 회원 모영신 회원의 새해 소망은 뭘까.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그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우직하게 소처럼 한발 한발 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원하는 곳에 다다르지 않을까요. 그래도 올해는 나의 소띠 해이니 만큼 좋은 일이 보너스로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소박한 모영신 회원의 꿈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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