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김숙열 상주시연합회장

▲ 김숙열 회장은 자식같은 소를 키워오며 시련이 있어도 좌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일 터. 그것이 자연에서 오든 다른 이유에서든 생명을 키우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란 뜻이기도 하다. 김숙열 회장(61) 역시 남편과 소를 키우는 30년 가까운 세월에서 갖가지 시련을 견뎌낸 이다. 하지만 시련은 있어도 결코 좌절은 없다는 김 회장. 상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4년의 임기도 어느덧 막바지에 있다.

수해로 한번, 화마로 또 좌절 겪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임기동안 농기계 안전교육‧치매예방관리사 자격증 취득 기억남아

두 번의 시련을 겪다
김숙열 회장은 서울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 상주로 돌아온 남편과 오랫동안 소를 키워왔다. 처음엔 낙농을 했었다. 매일 새벽별을 보고 일어나 젖을 짜야 하는 고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소득은 남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자연재해로 큰 시련이 닥쳤다. 1998년에 농장 인근 하천이 장마로 불어나 수해를 입은 것이다.

“얼마나 큰 물난리였는지 숟가락 하나 건지질 못했어요. 그때 젖소 100두 넘게 키우고 있었는데 돈으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해요. 완전히 빈털터리가 됐으니까요. 소 키우는 일을 접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소를 자식처럼 여기며 살아왔던 김 회장과 남편은 다시 한우를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고. 지금은 한우 100두 조금 넘게 키우고 있다. 하지만 시련은 또 있었다. 바람이 무섭게도 몰아치던 봄철 무렵에 우사에 불이 난 것이다. 불은 컨테이너 하나와 짚무더기를 태웠다. 길이 워낙 좁아 소방차 오기도 쉽지 않는 농장 바로 옆에 연못이 있어 소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조상님들이 보살핀 덕분으로 다행이라는 김 회장이지만 여전히 불탄 컨테이너는 그대로다. 복구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컸던 탓이다. 화재로 피해가 컸지만 보험도 적용받질 못해 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그래도 소들이 배를 곯을까 수확을 끝낸 논에서 짚을 챙기고, 콩과 풀을 베는 일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김 회장이다.

4년 임기 소회 밝히다
낙농을 할 때보다 벌이는 적어졌지만 그래도 생활에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 생활개선회 활동에 열정을 쏟을 수 있게 된 건 어쩌면 새옹지마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소 키우는데 있어 지역에서 인정받으며 상복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2017년엔 상주시 농정대상 여성분야에서 수상한 김숙열 회장.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며 장학금 기부와 소외계층에 온정을 쏟은 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 하나 구하기 힘들었던 때엔 재능기부로 회원들이 각자 집에서 마스크를 만들어 지역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근데 매년 해오던 김장나눔을 못했어요. 원래 농업기술센터 앞마당에서 회원들과 김장을 담가 이웃들에게 나눠줬었거든요. 근데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으니 대신 500만 원 상당 쌀나눔으로 바꿨어요.”

4년 임기를 곧 마치는 김 회장에게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 오토바이 면허와 운전면허를 1990년대에 딸 정도로 운전감각이 뛰어난 김 회장은 트랙터와 경운기도 다룰 줄 안다.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에 농기계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대부분 남편들이 농기계를 몰지만 일의 능률을 생각하면 아내들도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안전교육이 중요하다고 여긴 김 회장과 회원들은 실기와 이론교육을 받았고, 그 때문에 작은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 회장 주도로 치매예방관리사 2급 자격증을 42명의 회원들이 취득한 것도 뿌듯한 일 중 하나라고. 농한기면 전문요양사로 활동할 여건이 마련되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됐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회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임기를 마치면 고문으로서 상주시연합회가 지역제일의 농업인단체로서 우뚝 설 수 있도록 뒷바라질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회원들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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