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추진 위한 예산 전액 삭감되며 2022년 시행 불투명

▲ 농업안전보건센터는 당초 5000명의 여성농업인의 건강검진을 계획했지만 예산이 삭감되며 550명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연간 3억원 농업안전보건센터 예산도 절반 넘게 깎여
의료 취약 농촌·농부병 시달리는 여성농업인에게 악영향

위험한 작업환경과 보건·의료의 취약은 농업과 농촌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들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여성농업인은 고령화와 고된 농사일로 이중고에 시달린다. 과중한 노동은 여성농업인에게 이른바 농부병인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져 농사로 인한 질병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치료 이전에 먼저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농식품부가 추진한 것이 농업안전보건센터 설치와 여성농업인 건강검진 도입이었다.

32억 원 예산 전액 삭감
2013년부터 농업인의 직업성 질환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위해 전국의 5개 대학병원에 농업안전보건센터가 설치됐다. 강원대학교병원(허리), 조선대학교병원(무릎), 경상대학교병원(상지), 단국대학교병원(농약 중독), 제주대학교병원(농작업 손상) 등에 설치된 농업안전보건센터는 질환조사와 무료건강검진 서비스를 시행했다.

여성농업인 건강검진의 경우 2019년 시험사업, 올해 예비사업,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엔 정식사업으로 시행하고, 농업인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32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555조 원이 넘는 초슈퍼예산이 12월2일 통과됐지만 예산 32억 원은 여성농업인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단 논리에 막혀 죄다 깎인 것이다. 시범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 정식사업 추진에 동력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산되는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A농업안전보건센터 관계자는 “건강검진 특성상 대면으로 하기 때문에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5개 농업안전보건센터가 550명 검진을 했다”면서 “지난해 450명을 합쳐 1000명의 검진 데이터를 축적해 곧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각 농업안전보건센터별로 1000명을 검진할 계획이었지만 1/10정도밖에 하지 못해 이 관계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거기다 연간 3억 원이 지원되는 예산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억2000만 원만 배정받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연구원 등 인건비와 각 지역을 방문해 진행하는 현장교육과 자료집 등 제작에도 3억 원은 충분치 않다”면서 “헌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억2000만 원만 배정하고, 거기다 각종 사업도 거기서 쪼개 쓰라는 게 농식품부의 지침인데 사실상 검진을 하지 말란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농업안전보건센터 입장에선 여성농업인 건강검진 시행은 고사하고 운영 자체도 장담할 수 없어 2013년부터 농업인에 대한 직업성 질환 예방과 건강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쌓은 그동안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지자체 검진사업도 좌초
B농업안전보건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이 관계자는 “어플을 이용하면 서비스 이후 관리가 쉽고, 농업인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어 효과가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며 “유튜브에도 단계별로 따라할 수 있는 운동법을 공유하는 등 코로나시대 변화된 교육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어든 예산으로 당장 내년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처지다. 1억2000만 원 예산으론 도저히 운영할 수 없어 병원측에서 3000만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라는 이 관계자는 “건강과 보건은 절대로 단기에 성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닌데도 이를 강요하고, 특혜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농식품부의 의지도 그다지 절박해 보이지 않았다”며 “동국대학교병원에 설치됐던 경북지역 농업안전보건센터는 감염병을 다뤘었는데 지금까지 운영됐다면 농촌지역에 만연한 감염병 예방에 큰 성과를 냈을텐데 너무나도 아쉽다”고 밝혔다.

이같은 예산 삭감 바람은 지자체에서도 이어졌다. 강원도는 당초 1인당 25만 원에 2000명 규모로 5억 원의 여성농업인 건강검진 예산을 편성했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회도 통과했고, 검진항목과 대상연령 등 구체적 기준을 정하며 사업 추진의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였지만 농식품부 여성농업인 건강검진 예산 삭감 이전에 이미 예산을 편성받지 못했다.
강원도 농촌인력팀 지은희 주무관은 “예산이 편성되면 농식품부 사업과 연계해서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게 됐다”며 “내년 추경에 다시 예산편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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