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시리즈-① 한국농업, 왜 지켜야 하나…(下)

 

무한가치의 농업·농촌…갈수록 저평가
농산물 소비패턴 지각변동 가속화 지속
성공농민, 철저한 품질관리와 새기술 접목

 

곡물자급률이 147.8%인 독일이 자국 농업을 분석해 보고한 것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농가수는 급격히 감소했지만, 생산성은 반대로 엄청나게 높아졌다. 50년 전에는 농민 한 명이 국민 열 명을 먹여 살렸지만, 지금은 75명을 먹이고 있다. 농업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결과다. 달걀 한 개 값을 벌기 위해 일하는 노동시간은 달걀을 삶는 시간보다도 짧아졌고, 식사 한 끼를 배부르게 먹기 위해 일하는 시간도 매년 계속 짧아지고 있다.
50년 전에는 식생활비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엥겔계수라 한다)이 50%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어서 독일 연방정부는 농업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독일의 농가 수는 약 59만호이며 농업인의 비율은 전 직업 종사자의 약 2%이다. 국민 총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 그러나 농업은 비료, 농약, 사료 등 농자재와 기계, 건축, 산업과 다양한 수공업 제품의 중요한 고객이다. 또 식품산업분야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식품산업분야는 식료품 제조공장, 유통, 요식업소, 식료품 전문 업체, 예를 들면 정육점, 제빵, 정미소, 제분소, 맥주 공장 등 국민이 먹고 마실 것을 조달해 주는 다양한 업종을 포괄하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인원수는 총 직업종시자수의 1/6에 달한다. 이는 독일이 자랑하는 자동차 및 연관 산업 종사자들보다 많다. 농업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국토 경관의 관리와 농촌 공간을 보존하고 있다. 이렇게 농업의 기능은 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저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나라를 유지하려면 농업과 농민을 살려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40년간 농민의 노동대가 1/15로…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40년 전에는 쌀 한가마를 사기 위해 한 달 봉급을 털어야 했지만, 지금은 불과 이틀치 임금으로도 살 수 있게 됐다. 말하자면 최근 반세기 만에 농민의 노동 대가는 상대적으로 1/10 내지는 1/15로 떨어졌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다면 생존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 까지 온 것이다.
통일벼가 육성돼 지난 1975년부터 쌀은 자급이 이뤄졌지만, 콩은 12.3%, 옥수수는 3.7%, 밀은 겨우 0.2%에 불과해서 우리나라는 곡물의 72%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자급률이 악화된 원인은 소득이 늘어나자 식생활이 쌀은 덜 먹고 대신 육류 및 유제품 등을 많이 먹는 서구식 식단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1970년에 비해 30년 동안 쌀 소비량은 30%나 감소한 반면 소고기 7배, 돼지고기 6배, 과일류 6배, 우유 37배, 채소류 2.5배씩 증가했다. 그동안 농산물의 소비 패턴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앞으로 더욱 변해 갈 것이며 아무도 이것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지각변동에도 살아남았거나 한 수 더 떠서 부자가 된 농가가 있는 반면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있다. 그럼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 변화를 예측했거나 변화를 수용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농가는 돈을 벌었지만 그렇지 못한 농가는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과 홍보에 큰 강점을 갖게 된 사이버농가(경기 화성 ‘원평허브농원’ 이종노 사장)

 

생존 위해  ‘줄탁동시’ 지혜 필요
지난 반세기 동안 농산물 시장은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소비자의 개성이 변한 것이다. 과거는 어떤 농산물이나 안전했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짧아 싱싱한 농산물을 사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 값싼 외국농산물이 밀려들어오고 소비자와 농민의 거리는 멀어지면서부터 소비자는 싱싱한 것, 안전한 것, 믿을 수 있는 것, 친환경적인 것 농산물을 찾고 있다. 이 변화를 미리 읽은 농민들은 요즘 같은 어려움에도 큰 변동 없이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 성공한 농민의 공통점을 조사해 보면 철저한 품질관리로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었다. 농촌진흥청에서 새로 육성한 품종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도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입수하고, 같은 경로를 통해서 새기술을 수용했다. 지자체나 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하는 무료 인터넷 교육을 받고 홈페이지를 개설해 전자상거래를 텄다.
개인적으로 생산-판매방식이 매우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뜻을 같이하는 농민들과 단체를 조직하자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 농협은 각종 기술과 자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조직원들과 공유하고 기술강화 교육을 받고 독농가를 방문해서 노하우를 배웠다. 그런 대표적인 몇 농가를 소개한다.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에서 ‘홍삼팜’ 농장을 경영하는 김선자 씨는 태백산 자락에서 인삼을 재배하여 인삼, 홍삼, 홍삼액을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다. 2003년에 농림수산부 연수원에서 인터넷을 배운 김씨는 2004년부터 전자상거래를 시작한 결과, 시작 전에는 연 매출액이 2억5천만 원이었던데 비해 4억5천만 원으로 1.8배나 증가했다.
김 씨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삼이 자라는 모습이나 청정한 주변 환경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유발하는 한편 안심하고 사도록 했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양촌오이작목반(회장 김낙호)은 처음에는 40여 농가 각자가 생산 판매를 해오다 1995년부터 작목반을 결성했다. 김포시와 농협은 작목반에 포장재비와 하우스 자재 등을 지원했고 선도자금도 주었다.
2001년부터는 양촌면 내의 모든 오이재배 15농가(중도에 가격폭락과 땅값 상승으로 다른 농가는 오이재배 포기)가 공동선별과 공동출하, 그리고 공동계산까지 실시하고 있다. 고품질 오이 생산으로 판매는 안정되고 수익도 점점 늘어나 한 농가가 한 해 소득 3천만 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불가(佛家)에서 ‘줄탁동시(拙啄同時)’란 말이 있다. 어미닭이 알을 품을 때, 때가 되면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개는 것이 ‘줄’ 이고,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이 ‘탁’ 이다.
‘줄탁’은 동시에 일어나야만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만약에 껍질 안의 병아리가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바깥 어미 닭의 호응이 없다면 병아리는 죽고 만다. 앞으로 더욱 냉엄해질 농업의 현실 앞에서 농촌과 농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는 더욱 농촌 문제를 직시해서 해결해 줌은 물론 농민 자신의 노력과 함께 하는 ‘줄탁동시’의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성공한 농업인인가?

 

- 소비자가 전적으로 믿는 상품을 생산했는가?
- 새로운 기술과 새 품종을 바로바로 수용했는가?
- 인터넷을 배우고 홈페이지를 개설해 전자상거래를 했는가?
- 개인이 아니라 단체를 조직해서 체계적인 생산과 출하를 했는가?
- 단골고객을 다변화해서 연중 판매를 할 수 있게 만들었는가?
- 철저한 품질관리로 국내 최고의 상품을 만들었는가?
-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시·군, 농협 등 농민을 도와주는 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는가?

(7개 문항 중 3개 이상에서 ‘예’라는 답이 나오면 성공한 농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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