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년특집 - 농촌여성신문 선정 2020 여성계 7대 이슈

▲ 텔레그램 n번방과 관련해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해 열린 국회 간담회

자발적 비혼모·낙태…여성의 의지가 최우선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수위 대폭 상향해야

 

# 성인지 감수성(젠더 감수성)

  성적 자기결정권 인정해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n번방 사건, 미투운동에서부터 박원순·오거돈 등 고위 공직자들의 성추행, 게다가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문제와 최근 논란을 빚은 여가부 장관의 ‘성인지감수성 학습기회’ 발언까지 올 한해 여성계를 휩쓴 각종 사건 사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성인지 감수성’이었다.

성인지 감수성은 여성 혹은 남성이 상대방의 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수용하며 그 요구에 맞게 잘 적응해갈 수 있는 능력으로,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감수성을 말한다. ‘젠더 감수성’이라고도 한다.
1996년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성인지’의 기본개념이 법제화되고, 이 법을 전부개정한 ‘양성평등기본법’이 2015년 시행돼 사회의 공식용어로 사용됐고, 2018년 4월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에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이 인용되면서 법률적 용어로도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제 ‘성인지 감수성’은 특정 분야의 전문용어가 아니라 모두가 인식하고 실천해야 하는 일반적인 용어가 됐다. 성인지 감수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은 결국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불편이나 차별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실질적 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길이다. 우리 사회는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서 ‘양성평등 교육’, ‘성인지 교육’ 등 활발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양성평등기본법 제18조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속 공무원 등에게 성인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디지털 성범죄

  낮은 형량기준 논란

올해 여성계 가장 큰 이슈는 텔레그램 등의 SNS를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n번방 사건일 것이다. 피해 여성의 개인정보로 협박을 하는 등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했고 이들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 명 이상 청원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아동 성착취 영상 공유로 2018년 구속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징역 18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대법원이 미 법무부의 강제소환 요구를 불허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낮은 양형으로 n번방 사건 등의 조직적 범행이 사회 논란이 됐음에도 지난 8일 대법원에서 발표한 양형기준이 현행법상 법정 최저형보다도 낮은 양형이 가능하게 만들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 낙태 논쟁

  처벌조항 유지에 여성계 반발

지난 10월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임신중단이 가능하도록 한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낙태죄 폐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임신 14주 이내 낙태행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신 15주부터 24주까지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지 사유에 해당하거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으면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태아의 생명권’을 내세워 임신중단을 반대하는 생명 우선론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내세워 ‘임신중단’을 허용하자는 선택 우선론,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낙태 허용 범위가 임신 24주까지지만, 개정안은 임신 14주 이내 이뤄진 낙태행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15주부터 24주까지는 조건부로 허용한다.
임신 15주부터 24주까지는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모자보건법에 따른 임신의 유지·종결 등에 대한 상담을 받고 24시간이 지난 후 의사에 의해 이뤄진 낙태행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상담 사실 확인서만 있으면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단체에서는 정부의 개정안이 낙태 처벌 ‘폐지’가 아닌 ‘완화’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며 시대적으로 후퇴한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사문화돼 왔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정부가 되살려낸 ‘역사적 퇴행’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낙태죄 전면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와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종교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국회의 대체입법 절차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해 12월31일까지를 대체 입법 시한으로 제시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안 등 대체입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올해를 넘기게 되면, 헌재가 시한을 달아 효력을 유지했던 형법의 두 조항은 자동으로 소멸한다. 한국 사회에서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임신중지가 사실상 ‘비범죄화’하게 되는 것이다.

 

# 자발적 비혼모

  정자기증 통해 임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가 지난달 정자기증을 받아 출산해 화제를 모으면서 자발적 비혼모가 화두에 올랐다.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든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는 여성의 의지가 가장 최우선”이라며 비혼모를 선택한 사유리의 용기있는 선택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한편 일부에서는 비혼출산은 여성 본인의 의지만 앞세운 결정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유리는 “국내 한 산부인과에서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에 비혼 상태에서 임신을 결심했고, 출산만을 위해 결혼하기 싫어 이러한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국내 생명윤리법상 미혼 여성의 시술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은 없지만, 현행 모자보건법상 인공수정과 같은 시술은 난임 부부만 대상으로 하고 있고,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 또한 정자 공여 시술은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여당에서는 비혼 임신에 대해 법률적 검토에 나섰다. 정자 기증을 통한 임신의 제도적, 법적 방안을 살핀다고 한다.


# 권력형 성범죄

  서울시장 극단적 선택

지난 7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게 성추행 고소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당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되면서 진실여부에 대한 공방이 일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 신원을 특정하기 위한 시도, 피해자 비난 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논란을 빚었고 장례 진행방식, 휴대폰 포렌식 문제 등으로 재개된 수사가 수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시청직원을 성추행해 사퇴하는 등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성범죄가 잇달아 밝혀졌다. 특히 서울시 성희롱 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는 사건의 결정과 이행 결과를 서울시장에게 최종적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어 사건처리 기구의 문제점 등이 지적됐다.

또한 조직구성원들이 책임자에게 어떠한 비판도 할 수 없는 구조, 시민은 지자체장을 선출할 수 있지만 감시할 수 없어 무소불위 권력이 되는 점, 지나치게 낮은 여성의 대표성 등의 조직문화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기부금 횡령 고발

국내 트위터 ‘화제의 인물’ 1위는 이용수 할머니(약 18만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인 이 할머니는 지난 5월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등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한 서로간의 공방을 거쳐 9월 검찰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의혹’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인 이용수(92)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성금과 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10억엔이 들어올 때도 위안부 할머니들은 알지 못했다”며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느냐”고 비판했다.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이 할머니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의연은 “모금 사용 내역은 정기적인 회계 감사를 통해 검증 받고 공식 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의연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 직후부터 시민단체와 일반인 등의 고발 17건과 진정 31건을 접수됐다. 수사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이 파주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낳기도 했다.



# 트랜스젠더 하사관

  강제전역은 인권침해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육군 부사관을 강제 전역시킨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 18일 인권위는 제20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군의 변희수(22) 전 하사에 대한 전역 조치는 차별’에 대해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심신장애 등급을 트랜스젠더에게 적용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기에 ‘법률유보의 원칙’이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인권위원들은 “변 하사는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성 정체성에 따라 성전환 수술을 한 것이기 때문에 심신장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한 변희수 하사는 전차(탱크) 조종수로 복무해오던 중 지난해 트랜스젠더로 자신을 정체화하고 수술 결심에 이르렀다. 1년여 간 심리상담 및 호르몬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해 6월, 수도병원에서 '젠더디스포리아'(성별불일치)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겨울, 소속 부대의 승인 하에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완료했다.

육군은 지난 1월 22일 변 전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군인사법과 그 시행규칙에 따르면 심신장애 등급표에 따라 군인의 장애를 판정하고 심사를 거쳐 퇴역 또는 제적시킬 수 있는데, 남성 성기 상실을 장애 3급으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은 군에서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주체성 장애’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의 군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나 규정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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