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촌의 밝은 미래, 결혼이민여성들과 함께해요

■ 제1회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⑨ 우수영농 부문 우수상 - 경북 안동 레티홍튀씨

▲ 베트남 결혼이민여성 레티홍튀는 트랙터, 이앙기, 미니 포크레인, 트럭 등을 몰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농사해 가정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안동농협 최초 이주여성 조합원 자긍심 커 

시각장애 남편 대신 농기계 모는 억순이

레티홍튀(37)씨는 2006년 남편과 결혼하면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왔다. 베트남에서는 농사 한 번 지어본 적 없었던 홍튀씨지만 농촌에 시집온 지 어언 15년, 이제는 수확시기가 기다려지는 베테랑 농업인이다.
2006년 겨울,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한국의 추운 날씨에 한 번 놀라고, 집에 도착해 얼어버린 수도를 보고 두 번 놀란 홍튀씨가 처음부터 한국에 적응한 것은 아닐 것이다. 홍튀씨는 특히 낯선 언어와 음식으로 서러운 날들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2020년 결혼이민여성 리더 경진대회에서 우수농업부문 우수상을 차지하는 여성농업인으로 우뚝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감내했을까. 홍튀씨의 작은 체구가 무엇보다 단단해 보였다.

어려운 가정 속, 농사는 한 줄기 희망
홍튀씨는 시각장애가 있는 남편을 만났다. 시어머니 또한 현재 치매를 앓고 있다. 2남 2녀의 다복한 가정이지만 안타깝게도 둘째와 넷째는 유전에 의한 시각장애로 앞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렇듯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도 홍튀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농사지으며 그야말로 대식구를 ‘하드캐리’ 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1만2000평 규모의 농지에 쌀, 생강, 고추, 마 농사를 짓는다. 처음에 3000평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임차까지 하면서 그 규모를 점점 늘리고 있다. “조금 줄이고도 싶지만 아이들 공부시키려면 줄일 수 없어요.”

인건비를 아끼려 인부을 구하지 않고 남편과 둘이 억척스럽게 농사를 짓는 홍튀씨는 농사 규모가 커지면서 농기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후 시각장애를 가진 남편을 대신해 트랙터와 이앙기, 트럭, 미니포클레인 등을 배웠다.

농기계는 안동농협에서 실시하는 기초농업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솔직히 배우기 싫었어요. 무서웠어요. 그런데 남편이 몰 수는 없으니까요. 애들 생각하면서 꾹 참고 배운 후로 이제는 농사짓기 한결 수월합니다.”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농기계를 언제 무서워했냐는 듯이 마치 영화 속 여전사처럼 트랙터를 모는 그다.

안농동협 최초 결혼이민여성 조합원
홍튀씨는 안동농협 최초의 결혼이민여성 조합원이다. 1가구당 1명을 조합원 원칙으로 하는 안동농협에서는 결혼이민여성이 조합원인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실질 경영자로서 출자와 배당이 모두 조합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살림을 내가 맡아 하면서부터 남편이 저에게 조합원 자격을 넘겼어요. 조합원이 되니까 할 수 있는 게 많고 농사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판로도 개척하고, 공판장도 가고, 농사를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잘 안 해요. 특히 수확기인 가을은 일이 가장 많은 시기이지만 그만큼 돈도 버니까 재미가 두 배에요.”

항상 농사에 진심인 홍튀씨. 농사일이 서툴 때에는 매일 같이 농협에 갔다고 한다. “작물에 병이 들면 사진을 찍어갔어요.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떤 병인지, 어떤 농약을 써야 하는지 묻곤했죠. 지금은 다 알아요.(웃음)” 낯선 타국에 와 처음 해보는 농사에 좌절했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주변의 도움을 적극 활용할 줄 아는 영민한 그였다.

농협에서 시행하는 교육도 부지런히 참여했다. 홍튀씨는 안동농협 여성대학 31기다.
“다문화여성대학에서 배운 것도 많지만 여성대학을 다니면서 어머님들과 공부한 것도 좋았어요. 안동 시내에 나가면 인사하는 어머님들도 계시고요, 반찬을 주는 분들도 있어요. 정이라는 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내겐 너무 어려운 육아
농사일도 척척, 농기계도 척척이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육아다. 14살, 12살, 10살, 8살 두 살 터울의 자식을 둔 홍튀씨는 요즘 사춘기가 온 첫째 때문에 마음 고생이 크다. 첫째의 반항으로 남편과의 다툼도 잦아졌다고. “애들 키우는 게 제일 힘들어요. 휴대폰 게임이 가장 큰 문제죠.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데 가만히 둘 수도 없고, 상담받으면 다그치지 말라고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각장애를 가진 둘째와 넷째는 현재 기숙학교에 있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좋지 않아 수술비를 대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소도 다시 키우고, 아이들 공부도 열심히 시킬거에요. 그게 제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  레티홍튀는요 - 안동농협 여성복지팀 홍태정 팀장

“팔방미인 홍튀를 칭찬합니다”

▲ 안동농협 홍태정 팀장(사진 왼쪽)

안동농협은 결혼여성이민을 위해다문화여성대학 멘토멘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멘토멘티사업은 농가주부모임회원과 다문화여성이 멘토링을 맺다보니 농가주부 회원들이 엄마처럼 챙겨줘 친정맺기라고도 부른다.
홍튀씨는 안동농협에서 멘토멘티맺기 사업, 다문화여성대학, 여성대학 등을 거치면서 지역의 여성농업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뿐만아니라 항상 교육에 참여하고 질문도 열심히하고 농업을 즐기며 작년엔 연소득 8000만 원을 달성했다. 이후 홍튀는 순수익 1억을 목표로 한다고한다. 홍튀씨의 이러한 점을 높이 칭찬해 주고싶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한 번도 농사일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농사와 농촌 그리고 가족에 최선을 다하는 홍튀씨를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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