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촌의 밝은 미래, 결혼이민여성들과 함께해요

■ 제1회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➇ 사회활동 부문 최우수상 – 전남 남평농협 최영숙씨

 

13년간 마을 부녀회장

▲ 힘든 딸기농사지만 늘웃음을 잃지 않는 최영숙씨. 우리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잘 받아들여 가정과 사화에 봉사하는 그는 결혼이민여성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중국 길림성 출신의 최영숙씨는 흔히 하는 말로 다도면의 ‘인싸’다. 늘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2007년 마을 부녀회장으로 추천돼 지금까지 13년 동안 마을 부녀회장직을 맡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오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어요. 마을에 젊은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얼떨결에 부녀회장 직을 맡게 됐는데, 마을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모시고 각종 마을 행사를 치르다 보니 인정을 받게 됐어요” 마을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한국 생활에 적응도 쉬웠다고 한다. 베푼 만큼 돌아온다고 할까. 늘 자신이 한 것보다 많이 받았다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 최 씨는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만점이다.

특히 최 씨는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어르신들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데, 매주 한 번씩 안부 살피기는 기본이고 분기별로 김치를 담가 전달하고, 설 명절에는 떡국떡을, 추석명절에는 정성스레 송편을 빚어 직접 전달하고, 김장철엔 김장김치를 담가 드리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2년 시집온 이후로 시부모님과 두 자녀 그리고 남편과 친척들도 항상 집안엔 식구들이 가득했어요. 우애가 돈독한 시댁의 가풍 탓에 늘 집안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물론 밭 600평과 하우스 600평에서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고추, 가을에는 엽채류 등을 재배하느라 고달프기도 했지만 늘 가족이 뒤에서 든든히 후원해 주고 있어서 마음은 언제나 행복했다.

효부상 수상하기도
타고난 성실함과 긍정적인 사고로 시부모를 극진히 모셔 다도면민의 날 행사에선 지역을 대표해 효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른 결혼이민여성들이 시댁과의 갈등으로 힘들어 할 때 시부모님은 늘 절 응원해 주셨어요. 부족한 점이 많았을텐데 한 번도 꾸짖지 않으시던 시부모님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두 분 다 몸이 편찮으셔서 그게 걱정이에요”

그래도 가족의 힘으로 시부모님이 건강을 되찾게 하겠다고 최 씨는 당당하게 말한다. 최 씨에겐 제일 힘이 되는 건 가족이다. 특히 남편(임양빈씨)은 늘 세심하게 최영숙씨를 배려해주고 보살펴 줬는데, 이런 시댁이 좋아 중국 고향의 지인을 시동생에게 소개시켜 줘 결혼을 하기도 했다. 요즘은 샘이 날 만큼 시동생 부부가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다며 웃는 최 씨다.

남편과 함께 봉사
최영숙씨 가족은 2016년에는 농협중앙회 주최 다문화가족 합창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남편·딸과 함께 참가해 전남지역본부에서는 대상, 전국대회에서는 동상을 수상했다. 이런 계기로 다도면의 지역 합창단인 호수합창단의 일원으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적극적인 남편의 뒷받침에 힘입은 최영숙씨의 사회활동은 작년 다도면 부녀회 단장을 맡아 다도면 25개 마을 부녀회를 총괄하기에 이르렀다. 또 2012년부터 8년째 다도면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를 맡아 주민자치위원회 살림을 꾸려오고 있으며, 다도면 의용소방대원으로 등록해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영농활동이 마감된 후에는 본인의 마을뿐 아니라 다도면 인근 지역의 농약빈병이나 퇴비·비료 포대, 농약 빈 봉지, 하우스 비닐 등의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는 등 자연환경 보존활동 봉사도 솔선수범 하고 있다.

“사실 딸기농사가 쉬운 게 아니에요. 일과가 끝나면 파김치가 돼 쉬고 싶지만 손발이 맞는 부녀회원들과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봉사가 주는 힘이 또 있더라고요. 사회활동이나 봉사가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거기서 얻는 에너지가 또 엄청나거든요”

농촌의 다문화가정 행복을 위해 영농활동과 봉사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최영숙씨는 자기계발에 힘써 작년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삼수 끝에 합격했다고 부끄러워하는 최 씨지만 이런 끊임없는 노력과 사회활동은 다른 결혼이민여성에게도 모범이 되고있다. 남평농협 관내인 남평읍과 다도면에는 50여 가구의 다문화가정이 있는데 최 씨의 친화력으로 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갖는다.

남도전통음식문화 연구와 역량강화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정화활동, 김장봉사 등 똘똘 뭉쳐 활력 있는 농촌생활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이 학교에 갈 때 시작되는 다문화가정의 어려움들도 서로서로의 도움으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전 이런 모든 활동을 추억쌓기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들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문화가정도 농촌에서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단순하지만 명쾌한 그의 행복찾기 비법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 우리농협에서는요 – 남평농협 이지현 차장

   아낌없이 나누는 사이죠~

인프라가 적은 농촌에서 다문화대학은 다문화여성에겐 교육의 장소이자 힐링의 장소가 되고 있다.

바쁘고 고달픈 농사일에서 잠시 벗어나 고국의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드는 다문화여성들을 보면 교육을 진행하는 나도 보람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농협에서 일방적으로 교육의 혜택만을 제공하는 건 아니다. 농협의 행사엔 그들이 발 벗고 나선다. 김장 담그기 봉사, 환경정화 봉사 등 지역사회의 봉사에 이제 다문화여성이 없으면 농촌에선 행사를 진행하기가 힘들 정도다. 

농협의 행사가 끝나고 뒤풀이 장에서 흥겹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좋은 교육엔 꼭 친구를 소개해 같이 오는 다문화 여성들을 보면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우리 농촌에서 행복한 삶을 찾고 우리 농촌도 또 그들로 인해 좀 더 살만한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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