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농촌진흥청 식생활영양과 장경아 연구사

"가지밥 한 그릇으로
몸속 염증도 잡고
맛과 영양도 잡아보자"

▲ 농촌진흥청 식생활영양과 장경아 연구사

코로나19로 정신없이 달려온 1년, 그 어느 때보다 면역력이 중요해졌다. 면역력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식생활을 통한 꾸준한 관리가 핵심이다.
우리 몸에 바이러스, 세균 등 나쁜 이물질이 들어오면 백혈구 속 면역세포가 이물질을 잡아먹는다. 이 면역세포 중 대식세포는 이물질을 잡아먹고 식균작용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분비하는데, 이 과정을 통틀어 ‘염증반응’이라고 한다. 외부로부터 자극이 가해졌을 때, 우리 몸은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효소를 생성하고 분비함으로써 위험을 방어한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염증 매개 인자들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만성 염증에 시달리게 되고, 인슐린 저항성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염증반응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항염증 식재료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면역력 관리의 첫걸음이다.

항염증 식재료 중 유명한 것이 ‘가지’다. 가지는 항염증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암, 알레르기 개선 등의 효능을 지닌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식품이다. 가지의 보라색 껍질 속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계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다양한 생리활성 효과가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자극물질(LPS)을 가한 대식세포에 가지를 각각 데침, 볶음, 찜, 생채로 처리했을 때 염증반응의 억제 정도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우선 염증반응 후 만들어지는 산화질소(NO)의 양을 분석한 결과, 찐 가지, 볶은 가지, 데친 가지, 가지 생채 순으로 낮았다. 특히 찐 가지의 경우,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았을 때보다 산화질소 생성량이 약 14% 줄어들었다. 산화질소 합성효소 분비에 관여하는 유전자(iNOS)의 발현도 데친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유의적으로 감소했다.

산화질소와 더불어 대표적인 염증반응 물질로 꼽히는 프로스타글란딘은 종양 생성과 통증 유발에 관여하는데, 이 물질 또한 가지 생채, 찐 가지, 데친 가지, 볶은 가지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가지를 조리 방법별로 처리한 후 염증반응을 매개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 결과, 찜, 볶음, 데침, 생채 순으로 염증 관련 유전자 활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찐 가지는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았을 때보다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이 모두 적어 가장 항염증 효능이 높은 조리법으로 확인됐다. 선행연구를 통해 쪘을 때 잔존율이 높았던 솔라소닌, 클로로겐산 등에 의한 활성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조리 방법별 기능성분의 변화를 살펴보는 추가 연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작용 원리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긴 시간 계속되고 있는 바이러스와의 싸움, 추워진 날씨로 많은 사람이 기운도, 기분도 떨어졌다고 하소연한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기운도, 기분도 좋아진다. 살짝 찐 가지를 양념장에 조물조물 무쳐서, 아니면 가지 듬뿍 넣은 가지밥 한 그릇으로 몸속 염증도 잡고, 맛과 영양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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