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장마․태풍으로 농업․농촌․농민 피해 극심

코로나19․과수화상병․AI 등은 아직 진행 중
국난극복 경험으로 더 밝은 미래 준비해야

2020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매년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면 ‘다사다난’이란 단어가 상투적으로 쓰이곤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단어를 빼놓고 한 해를 표현할 말이 달리 없는 듯하다. 전 세계, 대한민국은 물론 우리 농업·농촌도 마찬가지였다.

연초 중국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1월에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발생하던 코로나19는 전국으로 확산했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관리와 국민들의 협조로 잠시 주춤하던 코로나19는 찬바람이 불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최근엔 연일 1천 명 대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3차 대유행의 위기다.

코로나발 경제위기는 우리 농업·농촌에 직격탄을 날렸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학교급식에 납품하던 농가들이 하루아침에 판로를 잃어버렸다. 시민들이 외부활동을 꺼리면서 음식점 등도 영업을 축소해 농축산물 소비가 급감했다. 농촌지역 축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줄줄이 취소되며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는 사과와 배 등을 재배하는 과수농가들도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충북, 충남, 경기, 강원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던 과수화상병은 범위를 전라도까지 넓히며 전국의 약 90개 농장에서 발생해 최대의 피해를 입혔다. 지난해 양돈농가에 타격을 줬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마수도 언제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접경지역의 야생멧돼지로부터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기에 그렇다. 겨울철 야생에서 먹이활동이 힘든 감염된 멧돼지들이 산 아래로 내려와 양돈농장에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농가나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철새들이 휴식처인 하천을 중심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심심찮게 확인되더니 겨울 들어 가금농장에서도 연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며 가금농가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 과수화상병, 고병원성 AI 등의 창궐은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특히 이상기상에 따른 자연재해로 농업·농촌·농업인들의 고충이 심했다. 봄철에 기온 널뛰기로 농작물들이 냉해를 입었는가 하면, 최장기 장마와 집중호우, 한반도를 강타한 연이은 태풍 등으로 농작물은 물론, 인명피해도 극심했다. 2021년도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농작물과 가축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각종 질병에 대처할 치료약이 아직 개발돼 있지 않고, 기후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도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만반의 준비와 예방으로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뒤숭숭한 2020년이 저문다. 온갖 시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기는 것 같아 아쉬운 한 해다. 모두가 지금의 위기상황을 잘 견뎌내야 한다. 과거 국난극복의 경험을 되살려 힘을 모은다면 더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그런 희망이 있어 힘든 2020년을 버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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