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울산

▲ 태화강 국가정원 주변 시가지<사진제공=울산광역시청>

해돋이가 가장 빠른 간절곶
울산의 허파 태화강 국가정원
반구대 암각화와 공단의 불빛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자연과 사람들...

뭔가를 꼭 이루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 울산 간절곶. 그곳에 가면 소원이 이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간절곶은 정동진과 호미곶보다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가 시작되는 곳이다.
울산의 허파 격인 태화강 국가정원에 가면 시원한 십리 대숲길과 봄엔 튤립, 가을엔 국화꽃 수만 송이가 노란 물결을 이루며 꽃의 향연을 펼친다. 해안 솔숲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대왕암 공원은 울산의 대표명소다. 장생포항에서는 국내 유일의 고래축제가 열리고, 반구대 암각화에서는 돌 속에서 침묵했던 문자들이 말을 걸어온다.

울산대교에서 보는 야경은 도시 일몰과 산업 불빛이 어우러져 보석처럼 빛나는 황홀감을 준다. 석유화학과 조선산업 단지가 있어서 든든하고, 자동차의 메카인 울산 현대자동차 야적장에 가득한 자동차들은 역동적 장관을 이룬다.

영남알프스의 시발점 가지산과
걷기 좋은 태화강 국가정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갑갑해서 친구 부부와 함께 중년 넷이 울산 여행을 감행했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언양에서 점심으로 석쇠에 구워 더 맛있는 언양 불고기를 먹고 영남알프스가 시작되는 가지산으로 향했다.

동해안을 끼고 남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의 여맥(餘脈)은 영남 땅에서 힘껏 솟구쳐서 10개의 거대한 봉우리를 형성한다. 이 일대를 ‘영남알프스’라고 부른다. 병풍을 세워 펼친 듯 독특한 산세를 가진 영남알프스는 가지산, 운문산, 재약산, 신불산, 영축산, 고헌산, 간월산 등 1000m를 넘는 7개 산군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 태화강 국가정원 국화<사진제공=울산광역시청>

가지산(1241m)이 여러 봉우리 중 최고봉이다. 영남알프스 등반코스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가지산 동쪽 산기슭에는 신라 헌덕왕 16년에 도의국사가 창건했다는 석남사가 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까지 가는 진입로에는 용이 승천하듯 우람한 소나무들과 곱게 물든 단풍이 계곡과 어우러져 만추의 멋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잘 가꿔진 길이 일품이다. 석남사는 대웅전, 극락전과 더불어 삼층석탑이 산세와 어울려 단아한 멋을 준다.

영남알프스를 맛보기만 하고 태화강변으로 향했다. 허파 같은 물줄기 태화강이 울산을 관통하며 도도하게 흐른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강을 따라 4㎞에 걸쳐 조성된 십리 대숲길엔 쭉쭉 뻗은 대나무숲 사이로 가끔 새떼도 날아와 노래하고 청량감을 준다.

노란 국화 수만 송이로 물들인 국화축제 군락지 정원은 내 마음을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다. 정원에 큰 미루나무와 그 사이로 보이는 도심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멋스럽다. 울산은 공업시설과 산업시설로만 가득 차 있는 줄 알았는데 태화강 국가 정원이 상큼함을 준다.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성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가정원이다.

▲ 대왕암 일출<사진제공=울산광역시청>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대왕암
해지기 전에 울산의 백미인 대왕암을 보려고 일행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대왕암 주차장에서 해송림을 따라 걷다 보니 루드베키아꽃 군락과 해안가에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짙푸른 바다와 불그스레한 빛을 띠는 바위들이 어울려 도심에서 접하기 어려운 멋진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래 대왕암은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신라시대 문무대왕 수중릉인데, 후에 왕비도 죽어서 호국룡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 하여 이곳 바위섬 아래 묻혔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대왕암은 육지에 있는 바위와 철교로 연결된다. 대왕암 외에도 남근바위, 탕건바위, 자살바위, 처녀봉, 용굴 등 기암괴석들이 있다.

울산의 12경 중 하나인 대왕암 공원은 동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아름다운 공원이다. 대왕암 바위틈 절벽에 핀 보랏빛 해국(海菊)이 아찔한 멋을 주며 반긴다. 어디서 왔는지 길고양이 녀석이 바위에 앉아 겁도 없이 바다를 정원 삼아 기지개를 펴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파도가 철썩이며 온몸에 힐링이 된다.

인근에 살아서 아침이면 대왕암 산책로를 거닐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잠시 꿈을 꿨다. 1979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던 노래 ‘대왕암’ 가사 중 몇 소절이 생각났다. ‘수중궁궐 깊은 곳에 편히 잠든 사랑아. 천년 세월 하루같이 동해바다 지키네~~’

대왕암을 보고 싱싱한 회로 저녁을 먹고 울산 시내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 1박2일 여정이라 둘째 날에는 아침식사 후 장생포 고래박물관을 들러 고래의 생태와 진화, 포경 역사관을 둘러보고 귀신고래관에서 귀신고래의 여러 가지 울음소리를 들어봤다. 고래를 사랑하는 고래운동가인 정일근 시인은 시인들을 울산으로 불러 탐사선에 태우고 고래를 보여주고 고래에 관한 시를 쓰게 하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발길을 돌려 계획한 일정대로 반구대 암각화를 보러 갔다.

▲ 반구대 암각화<사진제공=울산광역시청>

고대의 그림이 말을 걸어오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의 젖줄 태화강 상류 반구대 일대의 인공호 서쪽 기슭의 암벽에 새겨졌다. 댐의 축조로 평상시에는 수면 밑에 있다가 물이 마르면 그 모습을 보인다. 깎아지른 절벽의 수직 바위 면에 고래·개·늑대·호랑이·거북이·물고기·사람의 형상과 고래잡이 모습, 사냥하는 광경 등을 표현했다.
아마도 당시에는 반구대 지역이 사냥과 어로(漁撈)의 풍요를 빌고 그들에 대한 위령을 기원하는 주술과 제의를 행했던 성스러운 장소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울산에 사는 시조시인 한분옥의 시조를 감상해보자.

까마득한 돌 속에서/비명소리 달려온다/돌도끼 날을 벼린 /선사의 갈기를 잡고 장엄한 生死의 초침이/ 내 이마에 꽂힌다.
- 「반구대 암각화」 – 한분옥

울산에는 신라시대 충신인 박제상 유적지,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을 지킨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기념관이 생가 옆에 있다. 가을이면 영남알프스 신불산의 드넓은 억새 평원은 탁 트인 경관과 은빛 풍경이 마음을 흔들고 간다.

그 밖에도 동글동글 예쁜 돌로 이뤄진 강동 몽돌해변, 울산의 역사를 품은 태화루와 야경이 멋진 병영성과 달을 품은 누각 함월루가 아름다운 밤을 연출한다. 여정을 옮길 때마다 익숙한 목소리의 가수 김상희의 노래가 발자국을 따라다닌다. ‘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 애기 상냥하고 복스러운 울산 큰애기~’

▲ 울산대교 야경<사진제공=울산광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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