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촌의 밝은 미래, 결혼이민여성들과 함께해요

■ 제1회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➃ SNS 활용부문 최우수상 – 경남 함양 라마다와돌마씨

▲ 동네어른들에게 예의바르고 음식과 농사일도 척척 해내는 라마다와돌마씨는해를 거듭할수록 전문 농업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네팔 히말라야 인근 신두박촉에서 태어나 2008년 경남 함양군 휴천면 한남마을로 시집 온 라마다와돌마씨는 동네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고, 한국음식, 한국말은 물론 농사일까지 잘해 ‘지리산 똑순이’로 소문이 났다. 특유의 명민함으로 빠르게 적응해 한국에 온 지 3개월 만에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고 1년 무렵엔 말하기, 쓰기 등의 한국말을 거의 익혔다. 2012년 전국결혼이민자여성 우리말대회에서 우수상을 거머쥐었고, 올해 7월에는 경남 다문화가족 우리말 도전골든벨에 출전해 대상을 탔을 정도다.

한 남자의 배우자가 되는 것이, 결혼이 뭔지 모르는 스무살의 초보농사꾼 라마다와돌마씨는 결혼 초 문화차이와 세대차이로 인해 부부에게는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다문화가정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고 지금은 밤 6천평, 곶감 10동, 감말랭이 300kg, 옥수수 2000평,무 2000평, 고사리 1000평, 무시래기와 각종 건나물, 약초류 가공 등의 농사일을 거뜬히 해내는 전문 농업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NS 통해 판로확보
뿐만 아니라 라마다와돌마씨가 생산한 농산물은 함양의 로컬푸드 매장과 함양군쇼핑몰, 인터넷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다. 특히 방송출연(KBS인간극장-지리산 똑순이 편)을 계기로 만든 밴드 ‘지리산 똑순이’와 홈페이지 ‘한남마을’을 통해서 농산물 판매는 물론 단골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

“밴드를 통해 씨앗을 심는 과정부터 병충해를 예방하고 재배하는 전 과정을 공유하다 보니 회원들이 농산물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신뢰와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라마다와돌마씨는 덕분에 올 한 해 매출액 1억 원도 거뜬히 달성했다.

네팔의 순수함이 아직도 남아있는 라마다와돌마씨는 장사는 물건이 아니라 양심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수익의 절반가량을 각종 이벤트를 통한 사은품으로 고객들에게 농촌의 소소한 정을 덤으로 얹어 주는 판매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

지금은 10살 민준이와 6살 민소를 키우며 다른 다문화 가정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소문난 잉꼬부부가 된 라마다와돌마씨지만 처음엔 문화차이와 세대차이로 인해 국제결혼은 힘이 들었고, 처음부터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가 아니었기에 서로에게 완전히 마음을 여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리산의 겨울추위가 너무 혹독했어요. 사람들은 네팔하면 히말라야 만년설을 생각하지만 사실 네팔은 생각보다 춥지 않아요. 결혼 초 농사일을 하며 제가 춥다고 하면 남편은 네팔사람이 이 정도 추위에 왠 엄살이냐며 제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더라고요.”

야속했던 남편이 그리고 농사일이 힘들었지만 결혼이민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당당한 농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그의 열망 앞에 그런 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확조차 하지 못한 농산물을 갈아 엎을 때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썩어 버려지는 농산물이 아픔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고난에도 전문지식을 갖추고 공부하는 농민,연구하는 농민이 되어 어려움을 정면 돌파했다.

내 이름을 걸고...
농협에서 실시하는 기초농업교육, 1:1맞춤농업교육, 다문화대학을 이수하면서 작물을 재배하는 법을 배우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여러 가지 기법들을 배우며 실습하고 실패를 거듭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열 번해서 안되면 열 한번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농사에 대한 의지를 다져 지금의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내 이름으로 밭 176평과 임야 94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남편과 공동지분으로 200평 규모의 생산 유통시설‘ 한남골이야기’를 설립 운영하고 있어요.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제일 부족한 것이 성취감이에요. 내 소유의 토지에서 농산물을 채취해 가공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자랑스럽고 무엇보다 재산세를 납부하는 기쁨이 크답니다(웃음)”

라마다와돌마씨는 ‘주간함양’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의 시각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지금이 농업농촌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다음 목표는 청미래(토복령)간장, 곶감간장을 연구·개발해 상품화 하고 감식초를 비롯한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공함으로써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온전히 책임지는 제품을 만들어 ‘지리산 똑순이’란 이름 자체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전문여성 농업인으로서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그의 앞으로가 더욱더 기대된다.

■ 우리농협은요... 함양농협 여성복지팀 양미진 대리

“다문화대학 멤버는 또 하나의 가족”

라마다와돌마씨가 10년 넘는 세월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함양농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이라고 한다.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 이방인인것처럼 어색하고 위축됐던 결혼초기에 기초농업교육은 소속감을 갖게해 주었고 수료과정에서 만난 친구들과 멘토는 또다른 가족이 돼주었다. 그리고 그 가족의 중심엔 든든한 ‘언니’ 양미진 대리가 있었다.

“걸음마 교육생이었던 ‘다와’(라마다와돌마씨를 이렇게 부른다)가 이제는 나보다 인터넷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밴드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판로를 확보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양미진 대리는 특히 자녀가 어린 결혼이민여성들이 쉽게 교육장을 찾을 수 있게 1:1로 보육도우미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보육도우미라기보다는 ‘이모님’이죠. 농가주부모임 회원들과 결혼이민여성들을 멘토와 멘티로 엮어서 교육받는 동안아이도 봐주고 사는 얘기도 나누다보면 어느 새 정이 들어 친정엄마와 딸의 애틋함을 주고 받게 되더라고요.”

이런 도움과 지지로 농협에서 주관하는 다문화여성대학을 수료한 결혼이민여성들은 보육시설을 찾아 김장봉사도 하고 각종 행사의 도우미, 일손돕기 등의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게 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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