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진 태 하 이사장

 

일상용어 70% 한자…한자 알아야 뜻 이해
역대 총리 20명 서명받아 한자교육 건의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생활용어 중 대부분은 한자로 조합된 단어다. 따라서 한자를 알지 못하면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다. 특히 신문, 잡지, 논문, 학술서적 등을 읽을 때 한자를 모르면 논리적 이해가 쉽지 않다.
우리 생활 깊숙이 녹아 있는 한자를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도입, 교육을 실시하자는 취지로 생존해 있는 21명의 전 국무총리 중 20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건의한 인제대학교 석좌교수이자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진태하 이사장을 만나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건의한 취지와 배경은?
-광복 이후 반세기동안 우리 생활용어이기도 한 한자 교육을 배척한 파행적인 언문정책으로 초래된 문화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부터 한자를 단계적으로 학습시켜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생존하고 있는 역대 국무총리 21명 중 병중에 있는 유창순 총리를 제외한 총리 전원이 이 건의에 찬성해 서명을 해줘 이 운동에 탄력을 얻게 됐다.

한자교육 왜 절실한지 그 이유는?
-우리가 쓰는 일상용어 중 70%가 한자다. 특히 의학·약학·법학 등 전문분야의 용어 중 95%가 한자로 구성돼 있다. 한글과 한자를 병기(倂記)하거나 병용(倂用)하면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소통이 완벽해지기 때문에 한자교육이 절실하다.
광복 이후 반세기 동안 한자교육을 소홀히 한 탓에 대학생들이 대학 도서관에 있는 95% 이상의 학술서적을 제대로 읽지 못해 사장(死藏)시키고 있다. 선조와 선배들이 쓴 책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으며, 다만 광복이후 당대의 제한된 책만을 읽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로인해 광범위한 지식 습득이 불가능하고, 젊은이들은 일간신문을 기피하고 스포츠신문이나 만화를 주로 읽는 실정이다.
자신의 이름도 한자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상당수다. 성균관대학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기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27%, 부모 성명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83%에 달한다고 한다.
哲學(철학)이라는 단어를 읽지 못하는 학생도 꽤 많을 정도로 대학생의 한자실력이 형편없다. 한자교육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미국의 2천400여개 초등학교에서는 중국을 알기 위해 한자를 제2외국어로 삼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사안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자교육이 도외시된 원인은?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이후 외래 문자인 한자를 폐지하고 한글을 사용하자는 운동이 애국운동으로 오도된 것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때 정부가 한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식을 가지고 한자 병용교육을 추진했다면 국민의 어문 이해에 크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이 같은 그릇된 어문정책으로 우리의 국어 사용 수준이 매우 낮다. 문맹율(文盲率)은 3%에 불과하지만 글월을 이해하는 즉 식자율(識字率)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낮을 것이다.

한자교육을 부활시키기 위한 가정과 사회의 역할은?
-먼저 가정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부모가 한자를 쓰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영국·프랑스 국민들은 자국어의 원류인 라틴어를 어려서부터 가르친다.
신문은 사회의 목탁인 점을 감안해 주요기사에 한자를 병기해 한자교육을 선도해 줘야 한다. 방송에서도 자막을 한자로 병기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해야 한다.

한자문화권인 중국, 일본, 대만 등 이웃나라의 한자교육 실태는?
-우리나라는 1천800자의 상용한자를 제정해 놓았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한자 종주국인 중국은 3,500자, 일본은 1,945자, 대만 4,808자, 북한은 3,000자의 상용한자를 두어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한 초교 졸업반 학생 때부터 한자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다. 이에 북한 젊은이들은 기관지인 로동신문이 한글전용신문이지만 그 뜻을 쉽게 이해하고 읽는다.

이번 한자교육 건의에 거는 기대는?
2002년 4월 역대 교육부장관 20명 중 13명의 서명을 받아 한자교육을 건의했지만 전임 대통령들이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아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역대 국무총리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동의를 구해 구국적인 차원에서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하게 됐다. 교육 백년대계를 위해 어떤 여론보다도 주요한 건의라고 본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 건의를 즉각 수렴해야 한다.
이 운동을 이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끝내겠다는 결단을 갖고 건의한 만큼 정부의 수렴을 촉구한다. 이 운동은 구국운동이며, 지체할 수 없는 시한부운동이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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