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두메산골한방더덕농원 김경호 대표

더덕은 역사가 깊은 식자재이자 약재다. 어린잎은 삶아서 나물로 먹고, 주로 먹는 뿌리는 장아찌나 생채, 구이, 정과로 만들어 먹는다.
더덕은 술로도 담가 먹는다. 더덕은 예부터 자양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기관지염, 편도선염에 좋고, 더덕의 사포닌성분은 거담작용에 특효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더덕이 폐암과 갑상선암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품걸리에서 시작해 사북면 고탄리에서 66만㎡(20만평)에서 국내 더덕 생산의 5%, 더덕종자 생산은 15%를 차지하고 있는 두메산골한방더덕농원 김경호 대표를 만나봤다.

더덕 재배 고수에게서
재배기술․포전거래가 평가법 배워
국내 더덕 생산의 5%
더덕종자 생산 15% 차지하는
국내 최고의 더덕농부로 우뚝

아들을 위해 산골오지로 들어가다
김경호 대표는 전북 익산 부농의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자라면서 맏형과 함께 농사를 짓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형은 벼농사 중심의 재래농사를, 김 대표는 소득작물 재배를 고집하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김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했다. 그는 서비스업종에 취업해 12년여 간 농사자금을 모아 서른 살이 넘던 해인 1990년, 차로 1시간을 달려도 민가를 찾아볼 수 없는 오지 춘천시 동면 품걸리로 왔다.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는 하나뿐인 아들이 자폐아였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들의 조롱과 폭력으로 마음의 상처가 컸어요. 그래서 학생이 적고 순박한 농촌아이와 어울리게 하려고 오지인 품걸리로 들어온 것이죠.”
귀농해 농업기술센터에 부지런히 다니며 농사기술을 배워 느타리버섯 재배를 했지만 수확한 버섯을 매일 팔려니 시장이 멀어 유류비를 제하면 별로 남는 게 없었다.

최고의 더덕농부와의 운명적 만남
그러다가 주변에서 더덕농사로 3년에 한 번씩 상인에게 더덕을 밭떼기로 거래하는 것을 목격한 김 대표는 더덕농사에 뛰어들었다.
더덕농사 시작에 앞서 그는 국내 최고의 더덕 재배기술을 보유한 최대순 강사를 만났다. 김 대표는 최대순 씨가 출강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들은 후에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전화로 물어봤다. 최대순 씨도 김 대표의 학구열에 감동해 그를 애제자로 여기며 강의 때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재배노하우를 전수했다.

김 대표는 작은 밭을 마련해 3년간 최씨가 가르쳐주는 재배기술을 따라하며 더덕농사 전반을 터득하게 됐다.
“더덕은 뿌리가 상품입니다. 더덕판매는 더덕을 캐서 파는 게 아니라 대부분 포전매매로 판매되죠. 그래서 더덕을 거래할 때는 밭 가운데 세 곳을 곡괭이로 파서 더덕의 작황을 판단해 매매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계약은 매매대금의 10%를 선불로 받고 나머지는 더덕을 다 캔 다음 정산합니다. 밭 세 곳을 파서 더덕의 밀도와 품질을 정확히 관찰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게 되므로 이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더덕 고수에게서 배워 ‘더덕박사’로
김 대표는 10년간 더덕 판매가격 감정기술을 배워 가격 적중률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다보니 더덕박사라는 소문이 났고, 그 소문을 접한 한 사람이 김 대표를 찾아왔다. 그는 전국의 이마트 매대에 더덕을 납품하는 실권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그는 32평 아파트 10채 값인 7억 원이 든 통장을 맡기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더덕농사 동업을 제의했다.
김 대표는 동업자와 함께 재배 중인 더덕밭 20만 평을 사들이고 40명의 인력을 고용해 2년 더덕재배 성공을 거뒀다. 더덕농가 중에서 돈을 앞당겨 쓰려고 2년생 더덕밭도 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결과 국내 더덕 총 생산량의 5%를 생산하고, 더덕종자는 국내 생산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성공을 이뤄냈다. 매출액만 20억 원이었고 순수익도 8억 원이나 됐다. 김 대표는 이때 번 돈으로 농지 2만 평을 장만했다.

김 대표에게 더덕재배기술에 대한 상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사람들도 자녀를 기르면서 예방주사를 맞힙니다. 더덕도 병해충 방제를 위해 선제적으로 예방방제를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더덕엔 큰 병해충 피해가 없습니다. 다만 응애가 9~10월경에 알을 낳고 월동 후 알이 깨어나는데, 4월경 더덕 싹이 나올 즈음에 응애 피해를 막을 약제를 살포해야 합니다. 녹병, 탄저병, 점무늬낙엽병, 곁무늬썩음병 등도 선제적으로 방제해야 합니다.
더덕은 속성 작물로 화학비료를 주면 뿌리 생육이 빨라집니다. 그러다가 겨울에 동해를 입으면 뿌리가 썩게 되니 화학비료는 양념을 쓰듯 아주 조금씩 줘야 합니다. 그리고 퇴비로 쓰는 우분은 이불을 덮듯 흠뻑 뿌려줘야 하고요. 더덕은 잡초피해가 큽니다. 더덕밭의 잡초를 잡으려면 1년간 휴경을 하면서 제초제를 3회 살포하면 풀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휴경 제초는 풀 생장을 10%만 허용하므로 휴경제초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재차 강조했다.

더덕농사는 귀농인에게 적합”
김경호 대표는 2만평 더덕농사 성공 뒤 전남 나주로 내려가 당근 크기만 한 선물용 더덕 를 재배했다. 1박스에 더덕 10개를 엄선해 선물용으로 출하했지만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판매에 실패했다고 한다.
이후 김 대표는 자신의 땅에 인부 4명과 함께 더덕을 재배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에서는 농민소득 지원사업으로 현금보다는 더덕종자와 종근을 지원하고 있는데,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종근과 종자를 납품하고, 남은 비상품 더덕으로는 엑기스를 만들어 판매해 연 1억500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귀농인이 더덕농사를 잘 따라하면 쉽게 농촌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 춘천에 전철이 개통되면서 전원주택이나 귀농 택지를 찾는 사람이 많아 농지를 구입해 택지로 만들어 팔며 연간 1억 원의 소득도 올리고 있죠. 제 땅 4천평에는 정부융자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는데, 융자상환금은 발전료로 충당하고 있어요 7년 뒤엔 융자 상환을 끝내면 생산한 전기로 월 1300만 원의 수익을 고스란히 올릴 수 있게 되겠죠.”
더덕농사에 이어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부를 일궈가고 있는 김경호 대표의 또 다른 성공스토리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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