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농촌여성의 삶이
바로 거짓과 탐욕이 없는
자연 그대로 간소화가 아닐까.

농촌여성들의 간소화의 철학을
도시학생들이 체득하면
스스로를 신뢰하고
자신이 원하는 성취를 이뤄낼 것..."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대망의 2020년을 맞아 올 한 해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대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스러운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세계적인 잡지인 미국 타임지는 표지에 ‘2020’이라는 숫자에 붉은색으로 ×자 표시를 하고 ‘역대 최악의 해’라고 표기했다. 맞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업 자체가 무너져버린 사람들도 많고, 당연하게 했던 일상이 멈추게 되니 2020년은 너무 힘든 한 해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1일 확진자 수가 600명대에 이르렀다.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최근 기쁜 소식이 있다. 보통 유학을 간다 하면 농촌에서 도시로 가거나 국내에서 해외로 가는 것을 말하는데, 서울시교육청이 전남교육청과 협약해 내년 3월부터 ‘농촌유학’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중학교 2학년 100여 명 학생들이 농촌에서 거주하고 농촌학교를 다니면서 계절의 변화, 먹을거리, 관계 맺기 등의 경험을 통해 ‘생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유학에 대한 역발상으로 대환영이다. 처음 시도하는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향후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는 공존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농촌의 참된 가치를 자라라는 미래세대가 제대로 학습하고 실천하는 바람직한 기회가 될 것이다.

농촌의 참된 가치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 농촌에 유학을 온 학생들이 농촌의 자연과 환경에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삶의 간소화 가치’를 체득하기를 기대한다. 삶을 간소하게 산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연의 이치를 직접 겪으면서 삶이 충만해지고 복잡한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삶을 간소화라는 말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미국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다. 우리에게는 <월든>과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사상가다. 불멸의 저작 <월든>은 1845년부터 2년간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한 경험을 적은 것으로, 계절에 따라 호수와 주변의 숲과 그 속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진솔하게 그려냈다.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면서 소박하고 검소한 삶으로 인간이 느끼는 행복을 표현하고 기록했다. 자연에 대해 금전적 가치를 매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간소화의 철학이다.

농촌은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듯이 거짓과 탐욕이 없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뉴스에 나오는 크고 작은 비리나 부정 등 잘못된 행동이나 사건은 바로 자연이 아닌 거짓과 탐욕에서 비롯된다. 자연과 함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농촌여성의 삶이 바로 거짓과 탐욕이 없는 자연 그대로 간소화가 아닐까.

농촌에 유학을 온 도시 학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바로 우리 농촌여성이다. 그동안 농촌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사람을 소중하게 아끼고 농촌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지켜왔으며 계절에 맞춰 농사를 계획하고 뿌리대로 거두는 자연의 이치를 체득한 장본인이다. 농촌여성들의 간소화의 삶의 철학을 도시학생들이 체득하면 스스로를 신뢰하고 자신이 원하는 성취를 이뤄낸다. 이런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는 따뜻함은 물론 다양한 정서와 품성을 갖추고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직업적인 노력과 훈련이 겸비되면 누구나 꿈꾸는 성공적인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면 그들의 미래는 보다 알차고 더욱 행복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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