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2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는 속담에 나오는 마파람은 뱃사람들이 부르는 남풍이다. 게는 남풍이 불면 비가 온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겁을 먹고 눈을 감는다고 한다. 그만큼 남풍은 비와 밀접한 바람이다. 그러한 남풍이 한겨울에 분다면 눈이 올 조짐이 틀림없다.
겨울철 기압배치가 흐트러져 난데없이 서쪽에서 저기압이 우리나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이 저기압은 남쪽에 자리 잡고 있던 고기압을 우리나라로 끌어들인다. 이 때 남풍이 분다. 따뜻하고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이 고기압은 우리나라 상공에 이르면 바로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어울려 눈이 된다. 눈은 비와 마찬가지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상공에서 마주칠 때 물방울이 맺혀 생긴다. 이 물방울들이 섭씨 영하 5도 이하가 되면 눈으로 바뀐다.


우리나라의 눈은 바다의 영향을 받아서 초겨울과 한겨울에는 서해안에 주로 내리고, 늦겨울과 이른 봄에는 동해안에 주로 내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면 내륙에 눈이 많이 내릴 때는 어떤 경우일까? 눈이 바다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륙에 내릴 때는 여름철 기압배치와 비슷할 때이다. 그럴 때 남풍이 분다.
‘겨울에 남풍 불면 돌아가지 말라’는 속담은 사실은 경고다. 예전에는 재 너머 볼일 보러 간 사람이 갑자기 큰 눈을 만나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를 겨냥했고, 요즈음에는 겨울철 산행이나 자동차로 여행을 할 때 폭설을 만나는 경우를 겨냥한다.
그보다 시설재배에서 겨울 남풍은 대설예보로 받아들일 만하다. 축축한 눈이 많이 내린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두렵다.
요즈음에는 지구온난화현상으로 눈이 아닌 비로 내릴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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