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채정애 포항시연합회장

농업기술센터 교육 통해 화원 운영의 기초 닦아
지진‧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존재감 발휘

▲ 채정애 회장은 꽃을 통해 본인의 인생이 바뀌었듯이 회원들도 그런 마음으로 키우고자 한다.

농업기술센터 덕분에 업글
“공장만 있는 동네가 아니에요. 그건 편견이죠. 농업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곳이 포항이에요. 생활개선회가 바로 핵심이구요.”

15개 읍면동 57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는 포항시연합회가 지역사회에서 굳건한 위상을 지키는데 있어 채정애 회장(60)과 회원들의 역할이 크다. 어느덧 생활개선회 활동이 30년이 돼 가는 채 회장은 대구 출신이다. 남편을 따라 포항으로 넘어와 30대 무렵에 생활개선회 가입을 했고, 거의 막내축이었다. 하지만 도시 출신에 대학에서 원예학과를 졸업했기에 흙과의 인연은 깊다.

“조금 규모를 줄였지만 화원을 지금 운영하고 있어요. 원예학과를 나왔다고 당연한 게 아니에요. 화원에서 꽃과 식물만 파는 게 아니라 꽃꽂이 수업이 주업무인데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통해 10여 개의 자격증을 딸 수 있었어요.”

농업기술센터는 과제교육의 일환으로 꽃꽂이를 진행했었는데 채 회장은 그 교육을 7년간 들으며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했다. 덕분에 지역에서 손꼽히는 꽃꽂이 강사로 그리고 꽃예술협회 포항지회장까지 맡게 됐다. 채 회장에게 딱 맞는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통해 이른바 업글인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경험은 혼자만 누리지 않고 다른 회원들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치매예방관리사와 약초소믈리에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해 치매예방관리사 2급 과정을 수료한 회원은 23명이나 됐고, 약초소믈리에 과정은 지난해 2급, 올해 1급을 진행 중이다. 창업을 하거나 강사로 나서는 회원들이 있어 쏠쏠한 수익창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채 회장의 설명이다. 코로나19 때문에 9월에 시작하려던 교육은 10월이 돼 겨우 열 수 있었다. 지난해 2급 자격증을 딴 회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위기 속 든든한 존재 생활개선회
포항은 2017년 11월15일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흥해지역을 포함한 북부지역이 주피해지였다. 농촌의 저층집에 사는 회원들이 많은 포항시연합회원 중 큰 피해를 본 경우는 없었다. 51만 명의 인구 중 42%가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경제적 손실이 14조 원에 이르는 등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안겼던 일인 만큼 생활개선회도 조속한 복구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6월 채 회장은 임원진과 함께 국회 앞에서 포항지진이 인재라며 특별법 제정과 국가보상 등을 요구했다. 생활개선회를 포함해 지역사회의 일치된 목소리가 힘을 발휘하며 올 9월 국가가 피해액의 80%를 보상하는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금은 보상절차가 이뤄지고 있는데 100%가 보상이 안돼 아쉽지만 하루라도 빨리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포항시연합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한 활동도 이어갔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면마스크 1000장을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던 3월에 만들어 외국인 근로자에게 전달했으며 이후 추가로 200장을 더 제작했다. 포항에는 어선을 타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마스크가 귀해 5부제가 시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오로지 회원들의 손재주로 만든 마스크는 외국인들에게 요긴히 쓰였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올해 한마음대회에서 회원들 누구나 들으면 어깨춤이 나올법한 영화 ‘써니’에 나온 노래를 연습해 공연하는 게 채 회장의 목표였다. 회원들에게 오로지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그게 무산이 돼 아쉽다는 채 회장이지만 임기 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회장을 맡자마자 당연직 임원으로 직전회장을 넣도록 하는 정관부터 바꿨다는 채정애 회장은 임기를 마치면 잔소리 대신 애정과 묵묵한 지지로 생활개선회를 언제나 응원하겠다고 한다. 마치 꽃을 가꾸듯 사람을 키워낸 채 회장의 지난 30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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