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보이스피싱 검은 마수, 농촌노인 노린다

▲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단위:억원, 명, 건, 출처:금융감독원)

전화나 컴퓨터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낚아올린다는 뜻의 ‘피싱사기’는 금융분야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특수사기범죄다. 주로 전화를 이용해 음성으로 개인정보나 금품 등을 편취하기 때문에 흔히들 보이스피싱이라고도 불린다.

2006년 처음 보이스피싱 피해가 보고된 이후, 지난해 피해발생 건수는 3만7667건에 이르렀다. 2016년 1만7040건과 비교하면 3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피해액도 같은 기간 1468억 원이던 것이 6398억 원으로 4배 이상 불어났다. 올해 8월까지만 따져보면 4529억 원이나 된다. 범죄수법에 따라 대출사기형과 기관사칭형으로 나뉘는데 대출사기형이 79%로 대부분이며, 기관사칭형은 검찰이 8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자녀납치 등 사고 빙자한 수법 속수무책
고령 독거노인·코로나19 등 범죄 위험도 커져
농업인 주로 찾는 농협, 지난해 피해액 1669억원

이렇게나 막대한 피해를 안기는 보이스피싱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면서 각종 정보취득에 자유로운 20·30대도 예외가 아니다. 하물며 농촌의 고령자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마수에서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다. 날로 높아지는 농촌의 고령화로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 많다. 장성한 자녀들이 외지에 나가 있는 경우 누구나 혹할 문자메시지나 자녀처럼 정다운 목소리의 전화를 받으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누군가 곁에 있으면 충분히 의심할 상황임에도 홀로 있는 고령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보이스피싱에 당한다. 농촌의 고령화의 또다른 그늘이 보이스피싱 범죄인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외부활동은 더 줄어들고, 거기다 전화나 문자 한통이 반갑다고 하는 어르신도 많다.

경북 봉화의 장명자씨는 “코로나 걸릴까 봐 마을회관도 못가고, 이웃집에 가는 것도 눈치 보인다”며 “집에만 있으니까 누가 됐든 오는 전화나 문자는 다 확인하고, 걸 때도 있다”고 말했다.

흔히 ‘자녀가 납치됐다’, ‘손자를 잡아두고 있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군대에 간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 등 자녀와 손자 등의 사고를 빙자한 전화나 문자는 이른바 부모의 마음을 노린 보이스피싱의 범죄유형이다. 농촌에서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더욱 취약한 수법이기도 하다.

고령인들일수록 공신력 있는 기관을 사칭한 범죄에 노출되기도 쉽다. 최근 5년간 국가와 금융기관, 포털사이트 등을 사칭하거나 모방한 가짜 피싱사이트가 성행하면서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빼내는 범죄가 극성이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비례대표)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올해 10월까지 적발된 피싱사이트는 5054건이었으며, 최근 5년간으로 따져보면 신고·차단된 피싱사이트는 4만6000건이 넘는다. 피싱사이트는 피싱사기의 주요루트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농업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농협은행도 보이스피싱에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단 목소리도 많다. 농협은 지난해까지 70억 원의 비용과 35명의 인력을 투입했지만 올해 8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707억 원, 피해자는 3839명이나 된다. 특히 지난해 피해건수가 2018년보다 38.1% 증가했고, 피해금액은 1669억 원에 달한다. 1인당으로 하면 1286만 원이나 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농촌에 있는 지역농협을 통해 67%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금액 역시 68%에 달하는 등 연령이 높은 농촌의 어르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대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따라서 농촌의 어르신들을 위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철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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