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접어들다 보니 불현듯 옛날 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다. 난 1960년 20살 전후 대학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다녔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방학이 돼도 하루, 이틀 틈을 내 대구에 내려가 가족과 지내다 서울로 다시 올라오곤 했다.
서울로 올라오다 보면 좌석이 없는 값싼 완행열차를 타게 된다. 좌석이 없는 열차를 타다 보니 밀려드는 승객에 떠밀려야 했다. 이때 승객 중 한 청년이 신었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플랫폼 바닥에 떨어졌다. 순간 마침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떠나려 했다. 청년은 신발 한 짝을 찾기 어렵게 됐다. 그러자 신발을 잃은 청년은 나머지 한 짝을 신발이 떨어진 곳을 보고 던져 버렸다.

함께 기차를 탔던 승객들은 청년의 행동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한 노인승객이 그 청년을 보고 왜 신발을 던졌냐고 물었다.
그때 신발을 잃은 청년이 노인승객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어차피 그 신발 한 짝을 찾을 수가 없잖아요. 쓸모없이 남은 신발 한 짝 가져가 뭐를 합니까. 나머지 신발 한 짝 던져놓으면 누군가가 신겠지요.”

요즘 같으면 남이 버린 헌 신발을 탐내며 신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1960년대 가난한 시절엔 그런 신발을 신을 사람이 많았다.
가난했던 그 시절 신발 한 짝을 잃었던 청년이 보인 남을 위한 배려와 선행이 못내 잊혀지질 않는다. 요즘같이 풍요한 시절에 가난했던 시절에 우리가 가졌던 남을 위하는 측은지심과 따듯한 배려의 정신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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