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진안‘진미샘 천마농원’양준호 대표

▲ 진안개마 회원인 김희준 대표(왼쪽)와 함께 참나무 작업을 하는 양준호 대표

천생 산악인에서 임업후계자로, 최고의 임업인이 꿈
영농조합 ‘진안개마’ 15명 회원, 본격 활동 앞두고 기대감

전북 진안군은 산이 높고 물이 깊기로 이름 있다. 진안군 내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를 이루고 있는 곳. 덕태산(1132m) 선각산(1100m), 팔공산, 성수산, 내동산 등 해발고도 500∼1000m의 소백산지가 대부분을 차지해 섬진강과 금강의 분수계가 되는 곳. 이러한 지형의 영향으로 9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무려 144일 동안 서리가 내린다는 곳.  병풍처럼 펼쳐진 산봉우리들 사이로 언제나 구름이 흘러 백운계곡을 이룬다는 곳. 바로 전북 진안군 백운면(白雲面)을 이르는 말들이다.

백운면은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과 백운동 계곡, 백운동 산림욕장, 선각산 휴양림 등으로도 유명하다. 백운면에서도 그 깊은 계곡 사이로 데미샘을 품고 있는 곳이 임신마을이다. 그래서일까. 임신마을은 귀농귀촌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유독 많다.
‘진미샘 천마농원’ 양준호 대표(55)도 그 중의 하나다. 양 대표는 천생이 산사람이다. 히말라야가 좋아 대학졸업과 함께 네팔로 떠났다. 그리고 15년여를 네팔을 찾는 트레킹족을 대상으로 히말라야를 소개하고, 네팔 관련 여행업을 했다. 오랜 외국생활에 지쳐갈 무렵 그런 그를 받아 준 곳이 백운계곡이고 데미샘이었다.

“산은 어쩌면 운명인 것 같습니다. 남들 다 취직할 때 막연히 히말라야를 찾아 떠난 것도 지금 생각하면 참 팔자다 싶습니다. 백운면도 온통 다 산이거든요. 외국에서의 방황을 끝낼 때쯤 또 나를 받아준 곳이 백운면 임신마을인 것도 신기한 일이지요.”
양 대표는 이력만으로는 산과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서울이 고향이다. 한국외국어대와 서강대 대학원을 나왔다. 박사과정도 마쳤다. 그런 그가 결혼과 함께 산을 찾아 네팔로 떠난 것이다.

▲ 천마즙 파우치

“2018년에 귀농했으니까 이제 3년차 농부가 직업입니다. 귀농을 생각할 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진안 마이산농부 김희준 대표(51) 였어요. 김 대표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임신마을로 오게 됐습니다. 마이산, 데미샘, 진안고원, 진안사람들 이 모든 것이 저를 매료시켰지요. 귀농 첫해는 모든 것이 좌충우돌이었어요. 거주지와 토지를 구하는 일부터 작목 선정, 농사기술 등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무거마을 최봉규 대표를 소개받아 5개월간의 교육과 1년의 예정지 관리를 통해 천마를 주작목으로 하면서, 임산물(눈개승마, 산마늘), 고추 등을 재배합니다. 지난해에는 천마즙을 생산해 출하도 했습니다.”

양 대표는 특히 임업진흥원의 ‘그루경영체’ 지원 사업을 통해 ‘눈개승마’, ‘산마늘’ 등의 임산물 재배 교육을 받고 식재를 완료해 본격적인 임업인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산을 좋아했고, 평생을 산과 함께 살아왔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인지 임업에 관심이 큽니다. 천마와 함께 임산물 생산에 노력할 생각이지요. 특히 나무의사, 숲치유사, 산림산업기사 같은 임업관련 자격증 등을 통해서 더 선진적인 임업과 교육 등도 해볼 생각입니다.”

▲ 천마넣기(종균+천마+천마목) 작업을 하고 있는 양준호 대표(사진 왼쪽)

양 대표는 내년을 본격적인 귀농의 정착시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작목반으로 회원 13명이 시작했던 그루경영체(산림청 지원단체) ‘진안개마’가 올해 농업회사 법인으로 전환되고, 백운면과 마령면 귀농자 15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진안개마는 ‘임산물 식재, 가공, 체험’에도 주력할 작정입니다. 주작목은 눈개승마, 산마늘, 천마 등으로 백운면, 마령면 귀농자들과 함께 결성했습니다.”
진안개마는 그렇게 귀농 3년차를 맞으면서 ‘눈개승마’ 임야 1,500평, ‘산마늘’ 시설 200평, ‘천마’ 노지 400평에 공동 식재를 마쳤다. 여기에 육묘장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모종을 추가 공급키로 했다. 또 소규모 HACCP 인증 가공 공장 설립과 내년부터 출하 예정인 임산물의 유통 구조 확립, 임산물 체험 농장 설립도 눈앞에 두고 있다.

“임업후계농으로서도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진안임업후계자협회, 백운면작은도서관협의회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이유도 다양한 정보와 공부에 충실하기 위해서지요. 임업분야에서 최고의 농사꾼으로 바로 서는 것이 미래의 꿈이기도 합니다.”
양 대표는 귀농의 전제조건으로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사는 결국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귀농 동료와 마을주민은 물론이고, 자연과도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농사꾼 같아요. 그래야 즐겁게 일들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절대 억지로 할 수 없는 것이 농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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