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한울친환경영농조합 곽해묵 대표

마을주민과 의기투합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며 도농 상생을 실천하고 있는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대구광역시 동구 미대동) 곽해묵 대표를 만났다. 그로부터 자신의 농장인 한울수경농장을 가꿔온 이야기와 친환경영농조합 운영 상황, 그리고 미래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IMF 직전 불가피했던 귀농
태풍과 제값 못받는 농산물
그를 벼랑으로 떠밀었지만
주민과 함께 친환경농업으로
상생하며 부농꿈 일궈...

온갖 역경 딛고 친환경농업으로 승부
곽해묵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환경기사로 일하던 공학도였다. 그는 교통사고로 장성한 아들과 아내를 잃은 장인을 돌봐야 할 불가피한 상황으로 1995년 귀농했다.
그가 처음 시작한 농사는 상추와 방울토마토였다. 상추는 49일 만에 수확할 수 있어 자금순환이 빠른 작물이다. 곽 대표는 일본의 상추 수경재배기술을 도입해 열심히 공부하며 재배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농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돌풍에 하우스가 파손되는 아픔도 겪었다.
1996년 봄, 상추와 미나리를 첫 수확해 공판장에 가져갔지만 박스값조차 나오지 않는 가격에 출하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핵가족시대 소비자들에게 적합하도록 소포장을 했다. 밤새 150~200g 팩으로 소포장한 상추와 미나리를 아파트와 길거리에서 판매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부딪쳤다.

“슈퍼마켓을 돌면서 재고농산물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리콜제를 하면서 많은 거래처를 확보했습니다. 그에 만족하지 않고 기능성 쌈채소와 노랑 방울토마토를 대구백화점에 납품했습니다. 또한 IMF로 생산비도 못 건지는 주변의 수출가지 생산농가를 설득해 KS친환경농업연구회를 결성하고 친환경농산물 공동판매를 이뤄내기도 했죠.”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로 인해 농장이 자갈밭으로 변하면서 곽 대표는 빚더미에 앉게 됐다.

그는 굴하지 않고 태풍피해 복구비 2300만 원과 융자금 2600만 원을 더해 495㎡(150평)의 수경재배온실로 재건하고 1980㎡(600평)짜리 비닐온실도 신축하며 심기일전했다.
그러나 두 달 뒤 온풍기 고장으로 수확 직전의 애호박이 냉해를 입어 폐농을 하고 말았다. 다음 해 춘삼월에는 때아닌 폭설로 서울에 납품하러 가던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이은 악재에 그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려다 용기를 내 협력농가를 방문해 결제를 좀 미루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주거래처는 결제가 보름으로 단축돼 재기에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일들을 겪고 나니 농사만으로 위기돌파가 쉽지 않고 시장개척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웰빙의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에 곽 대표는 친환경농산물 생산 규모화와 품질규격화, 유통공영제를 목표로 지역농민을 설득해 2004년 5월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특․광역시 최초로 친환경농업지구 지정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농약 사용에 익숙한 농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이에 곽 대표는 벼 재배 시 제초효과가 뛰어난 우렁농법을 직접 실증해보였고, 이를 통해 우렁농법 쌀 재배단지 22㏊와 친환경무농약 채소단지 9㏊를 조성해냈다. 화학비료와 농약 과다 사용으로 약화된 지력을 높이고 토지의 산성화를 방지하기 위해 자운영농법, 유기질퇴비 생산, 유용미생물 공급 등에도 힘을 쏟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곳이 특·광역시 최초로 친환경농업지구로 지정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곽 대표는 약제 방제시기에 맞춰 농가들과 공동살포 하며 친환경농업을 철저히 수행했다. 퇴비 역시 농촌진흥청에 등록 고시된 유기농퇴비를 공동구입해 시비했다.
이곳의 친환경 유기농산물은 청정한 팔공산 자락에서 생산된다는 의미를 담아 ‘팔공유기’(八公有機)라는 브랜드로 출하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신뢰 속에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소포장․리콜제 등 차별화로 경쟁력
한편, 곽 대표는 상추를 비롯한 각종 채소류의 모종을 조합 육묘장에서 직접 생산해 농가에 공급하며 농가들의 육묘 노력을 덜어주고 있다.
현재 조합에 가입한 농가는 13가구인데, 이들 농가는 주로 쌈채소와 딸기, 미나리, 애호박, 토마토 등을 생산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당초 대형마트에 입점해 직영판매를 했으나 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로 납품해 줄 것을 요구하고, 판매수수료도 높아 매장을 철수하고 현재는 로컬푸드 매장에 출하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조합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 중 1/3은 조합과 계약한 업체의 주문을 받아 택배로 배송합니다. 나머지는 농협 하나로마트와 대형마트, 지역농산물 직매장에 납품하고 있죠. 생산된 농산물은 신선한 상태로 신속히 배송하기 위해 330㎡(100평)의 선별포장센터를 비롯해 예냉 저온저장고, 버블세척기를 갖추고 있으며, 출하할 때는 반드시 냉동탑차를 이용합니다.”
한편, 곽 대표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6930㎡(2100평)의 한울수경농장에서 2기작 기능성채소와 6기작 상추 등 16종의 쌈채소를 친환경으로 재배해 출하한다. 딸기도 2970㎡(900평)에서 무농약 수경재배를 한다.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소포장 유통하고, 리콜제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한울친환경영농조합은 대형마트, 지역농협 등과 숍엔숍(shop & shop) 형태의 로컬푸드업체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과 커피, 착즙주스 등을 판매하는 ‘로컬팜카페 8062’를 개장했다.

“‘로컬팜카페 8062’는 농업과 인문학이 있는 카페입니다. 농촌 고령화로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농사기술을 익힐 수 있는 농부학교를 만들고, 그 곳에서 배출된 인력으로 품앗이뱅크를 만드는 게 팜카페의 최종 완성입니다. 그 꿈이 이뤄져 ‘로컬팜카페 8062’가 도시민과 농업인들이 함께 교감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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